'유령 특구'만 39건…"무분별한 특구 난개발, 전면 개편 시급"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7.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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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옥 연구위원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 법·제도 정비를 통해 실효성 있는 특구 운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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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STEPI
자료=STEPI

정부가 추진해온 '혁신특구' 정책이 무분별한 양적 확대에 치우친 나머지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Brief(제50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특구제도는 총 129개이며, 누적 지정 건수는 1980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39건은 실질 지정 없이 법적 근거만 존재하는 '유령 특구'로 확인됐다. 이는 명칭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는 형식적 특구가 상당수임을 보여준다.

국내 특구제도는 1980년대 지역개발과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시작된 이래,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해왔다.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기에는 농업·축산·관광 중심의 지역개발형 특구가, 전두환~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산업단지와 첨단기술 기반의 산업클러스터형 특구가 중점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등 미래지향형 특구로 방향이 전환됐다.

STEPI는 이 같은 정책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특구 지정과 운영이 정부별로 단기성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정책 연속성과 전략적 일관성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행 특구제도가 △정부별 난개발 △핌비(PIMBY) 현상 △유사 개념 혼선 △중복 지정 등 4대 구조적 병폐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특구가 무분별하게 지정되면서 정책의 집적효과가 약화되고, 실질적 운영보다 형식적 지정이 우선되는 '특구 난개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또 지역 단체들이 특구를 예산 확보나 정치적 성과 수단으로 활용하며, '혁신'이라는 이름만 걸린 특구가 난립하는 '핌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특구', '지구', '단지', '클러스터', '벨트' 등 유사 명칭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제도가 도입되며, 법령 해석과 규제 적용에 있어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동일 산업 목적의 특구가 복수 부처에 의해 중복 지정되면서 행정·재정 자원이 분산되고, 정책 효과가 상호 상쇄되는 '카니발리즘'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사례를 들어, 특구 운영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본은 내각부가 중앙 컨트롤타워로서 부처 간 조정과 제도 혁신을 총괄하고 있으며, 미국은 세제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기회특구'를 운영 중이다. EU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전문화전략(S3)'을 통해, 각 지역이 주도적으로 산업정책을 수립·실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 국가는 성과 기반 평가, 중앙-지역 간 역할 분담, 중복 방지를 특구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우리나라 특구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중앙-지자체 협력 기반의 통합 운영체계 구축 △정량·정성 성과지표 기반의 평가체계 도입 △법·제도의 정비와 개념 통합 △성과 기반의 동적 정책 조정 시스템 도입 등 4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일정 기간이 지난 특구에 대해서는 성과 재평가를 통해 폐지하거나 기능 전환, 자원 재배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재지정 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사 기능 특구의 통합 또는 차별화, '특구 통합법' 제정 등 제도적 정합성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최해옥 STEPI 연구위원은 "특구제도가 과도한 양적 확대에 치우친 결과, 본래 의도했던 혁신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며 "중앙과 지방이 협력해 전략적 운영과 실질 성과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정책 신뢰도와 효율성 모두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혁신'이라는 간판보다 실제로 혁신을 이끄는 내실 있는 특구 설계와 실행이 중요하다"며 특구제도의 질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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