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AI 외칠때, 소부장 챙겼다"…지방 벤처 버팀목 된 이 회사

송지유 기자 기사 입력 2025.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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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VC 리포트]에코프로파트너스
'지방벤처→글로벌 기업' 성장 후 후배벤처 육성
모험자본 외면하는 지방 제조업체에 주로 투자
설립 5년 만에 AUM 2300억, 벤처 60여곳 발굴
이재훈 대표 "올해 1000억 단일펀드 결성 목표"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의 충북 오창 캠퍼스 전경/사진제공=에코프로
에코프로그룹의 충북 오창 캠퍼스 전경/사진제공=에코프로

"창업 당시 사업자금이 부족해서 매일 돈 빌리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돈 없는 지방 벤처기업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죠. 저도 도움을 받아 회사를 키웠으니 이젠 후배 벤처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

지방 벤처기업에서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그룹이 2020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옛 아이스퀘어벤처스)를 설립한 배경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선행을 나누다)' 정신이 있다. 이는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으로,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발주자를 대가 없이 도우려는 선한 마음의 고리에서 출발한 문화다.

1998년 벤처로 출발한 에코프로가 25년 만에 대기업이 되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독점한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뛰어든 벤처기업에게 금융권은 대출을 해 줄 수 없다고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이 창업주는 포기하지 않고 지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업 청사진을 제시, 10억원 넘는 투자금을 모았다. 당시 55명의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약속할 순 없지만 7년 이내 반드시 돈을 갚겠다. 사업이 망하면 다시 공인회계사로 돌아가서라도 무조건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은 벤처업계 유명한 일화로 통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벤처기업 육성에 골몰해 온 에코프로파트너스의 행보 역시 에코프로그룹의 성장 과정과 연관이 있다.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두고 지방대학 인재들을 채용해 회사를 키운 에코프로만큼 지역 살리기에 진심인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최근엔 우리와 함께 지방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기업을 찾고 싶다는 투자사들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년 이상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방산업 육성기관인 테크노파크로 자리를 옮겨 강소기업을 발굴해 온 벤처 전문가다.


"에코프로 손 잡고파"…5년 만에 AUM 2300억 돌파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해로 설립 5주년을 맞은 에코프로파트너스의 AUM(운용자산) 규모는 2300억원을 웃돈다. 지금까지 결성한 펀드는 총 21개로 이 중 3개를 청산했고, 현재는 18개를 운용하고 있다. 설립 초기엔 그룹을 중심으로 출자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한국산업은행·한국벤처투자 등 정책자금 비중이 높아졌다. 100억원 안팎이던 펀드 규모도 커져 지난해부터는 300억원 넘는 펀드도 다수 내놨다. 올 1월엔 현대차증권과 공동운용하는 420억원짜리 펀드를 결성했는데 다음달 말 100억원을 추가해 총 520억원으로 규모를 키운다.

지금까지 투자한 벤처기업은 62곳이다. 분야별로는 소부장 영역이 80%로 가장 많다. 특히 2차전지와 친환경 등 제조부문 투자에 집중돼 있다. 벤처투자업계가 AI(인공지능) 등으로 눈을 돌릴 때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소부장 전문 투자사로 한 우물을 팠다. 이 대표는 "새로운 기술기업을 찾으면 그룹 계열사와 함께 검증하며 역량 강화 방안을 찾는다"며 "단순 자금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도움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소부장 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모든 단계 투자 역량을 갖춘 것도 에코프로파트너스의 강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스케일업 팁스 운용사로 선정됐고 사모펀드 운용 라이선스도 취득했다"며 "한 투자 하우스에서 극초기 스타트업부터 상장을 앞둔 후기 벤처까지 사업 전 단계 투자와 지원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길, 그래도 간다"…전국구 벤처투자 표본


에코프로파트너스 개요, 주요 펀드 현황, 주요 투자 현황/그래픽=이지혜
에코프로파트너스 개요, 주요 펀드 현황, 주요 투자 현황/그래픽=이지혜
벤처투자 업계에서 지역 투자는 쉽지 않은 길로 통한다. 수도권에 비해 벤처기업 수가 많지 않은 데다 네트워크 구축, 투자유치 등 과정도 복잡하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설립 이후 줄곧 지방 제조기업에 돈을 댔다. 올 5월 현재 비수도권 투자 비중이 72%에 달한다.

모험자본 시장에서 외면받던 지방 소부장의 구원투수로 나선 성과는 눈부시다. 청산 펀드들의 멀티플(총 수익을 투자금액으로 나눈 값)이 평균 4배 이상이고, IRR(내부수익률)은 100%를 넘어선다. 투자한 회사 중 성일하이텍 (34,050원 ▼350 -1.02%)·한중엔시에스 (24,950원 ▼300 -1.19%)·한국피아이엠 (18,880원 ▲2,180 +13.05%)·민테크 (4,000원 ▼45 -1.11%)·대진첨단소재 (12,060원 ▲40 +0.33%) 등 5곳이 IPO(기업공개)를 마쳤다.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지방 벤처 살리기는 계속된다. 이 대표는 "올해 1000억원 규모 단일 대형펀드 결성을 구상하고 있다"며 "전북과 충북, 경북 등 지역을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에코프로파트너스 
  • 투자업종화학/소재
  • 주력 투자 단계***
  • 자본금액***
  • 매출규모***
  • 투자자산***
  • 전문인력***
  • 투자 건수***
  • 총 투자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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