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VC 리포트] GS벤처스
"한국 이끌 차세대 유망주 키우자" 확고한 경영철학
국내 지주사 첫 CVC, AUM 1300억, 30여곳 투자
재활용·바이오·딥테크 등 그룹 신사업 분야 주력
후속펀드 결성 검토, 스타트업 해외 진출도 모색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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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 GS 회장이 지난 2023년 신사업 공유회에 참석해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GS그룹"내가 해야 할 일은 정유·에너지 등 기존 사업 관련 조언이 아니다. 나의 아젠다(의제)는 신사업이다." "대형 함선이 방향을 전환하려면 시간이 걸리듯 전통 대기업도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해 신기술과 경영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해야 한다."
GS(37,150원 0.00%)그룹 허태수 회장이 임원 회의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미래성장 엔진이다. 각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경영철학이 확고하다.
GS그룹의 벤처투자 본능은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에서 비롯됐다. 허만정 창업주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옆집에 살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을 시작할 때 전체 자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돈을 보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48년 삼성물산을 세울 때도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벤처투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GS에 '한국의 원조 벤처캐피탈(VC)'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GS그룹이 2022년 국내 지주사 중 가장 먼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GS벤처스를 설립한 배경에는 오너 일가의 남다른 투자 DNA가 반영돼 있다. GS그룹 내에는 GS벤처스 외에도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GS건설 자회사), GS퓨처스·GS비욘드(미국 현지) 등 3개의 CVC가 더 있다.
GS그룹 대표 CVC인 GS벤처스의 홍석현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한국을 이끌어갈 기업을 키우자는 것이 그룹의 한결 같은 모토"라며 "그룹 내 모든 CVC들이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미래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확실한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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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없지만 딥테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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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GS벤처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GS벤처스의 운용자산(AUM)은 약 1300억원이다. 2022년 지주사를 비롯해 GS에너지·GS리테일(14,610원 ▼90 -0.61%)·GS EPS·GS건설(17,820원 ▼130 -0.72%) 등 계열사 7곳이 출자해 1호 펀드인 'GS어쌤블신기술투자조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구성했다. 운용기간은 10년이다.
GS벤처스가 현재 투자한 스타트업은 약 30개로 업체당 투자금액은 평균 10억~30억원이다. 시드~시리즈B 단계 국내 업체에 주로 투자가 이뤄졌고 아시아와 이스라엘 기업도 포함돼 있다. GS퓨처스·GS비욘드는 미국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고 GS벤처스가 국내와 아시아 권역을 맡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투자 분야는 주력 계열사 기존 사업인 에너지·유통·건설 등부터 그룹 차원의 신사업 분야인 기후·재활용·바이오·딥테크(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재활용과 바이오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딥테크를 접목한 업체에 투자가 활발하다. 이는 AI 반도체 개발 사업은 못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허 회장 평소 의지와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GS의 기술 분야 투자에는 그룹 연구개발(R&D)과 계열사 협업, 신사업 개척, 시장 트렌드 탐색 등 4가지 목적이 담겨 있다"며 "2021년 휴젤을 인수하며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키운 것처럼 성장성 좋은 기업이 있다면 전방위 투자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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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확실히 키운다…후속 펀드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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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벤처스 회사 개요 및 펀드조성 현황/그래픽=윤선정GS벤처스는 스타트업에 투자 후 사업 성장 가능성 등을 꾸준히 점검하며 옥석을 가린다. 그룹 계열사와 협업 등 시너지가 확실한 업체에는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진출 등 성장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자컴퓨터 및 양자센서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스디티(SDT)다. GS벤처스가 에스디티에 첫 투자한 이후 GS칼텍스·GS건설 등과 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자 지주사 차원의 추가 투자도 이뤄졌다.
'에이트테크'(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선별 로봇 개발)와 '고피자'(1인용 피자 브랜드 제조·판매) 역시 각각 3차례, 2차례 투자가 이뤄진 업체들이다. 에이트테크는 GS칼텍스와 재활용 사업, 고피자의 경우 GS25 편의점 입점 및 해외 동반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그린미네랄'(리튬 재활용 폐수 등에서 추가 리튬 추출 기술)과 '트리플W'(음식물 폐기물에서 젖산을 분리 추출해 플라스틱 원료로 재활용하는 이스라엘 업체) 등이 주요 투자 업체다.
GS벤처스는 후속 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홍 대표는 "2022년 결성한 1호 펀드의 뒤를 잇는 2·3호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며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특정 사업에 집중한 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