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이다. 생물은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한다. 사막여우와 북극여우 모습이 다른 것처럼 하나의 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분화된다. 반대로 유전적 다양성이 적으면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진다. 결국 다양성은 변화에 대한 적응과 종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BCG는 2017년 설문조사에서 성별, 경력, 산업배경, 출신국 등 경영진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혁신 수익률이 더 높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편견을 줄이고, 혁신에 다가가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내외부에는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기업 스스로 혁신이 일어날 수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도 하고, 경쟁사와 규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혁신이 방해받기도 한다.
첫 번째 벽은 '전문가의 함정'이다. 투자업을 하다 보면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의외로 성장이 더딘 팀을 종종 만나게 된다. 기술에 매몰되어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다. 소니는 아날로그 시대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디지털 전환 시기 경쟁사들이 LCD 도입을 검토할 때 브라운관 TV만 고집해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과거 성공 경험과 영광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다양성은 훼손되고 혁신의 기회도 사라진다.
두 번째는 '평균의 함정'이다. 1940년대 말, 유독 빈번하게 일어났던 미 공군 전투기 사고의 원인은 1920년대 조종사 평균 신체 치수로 설계된 조종석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조종석에 신체 크기가 들어맞는 조종사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평균의 오류는 정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법적 정의는 창업 3년 이내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이나 기후테크처럼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은 5년, 7년도 초기일 수 있다. 초기엔 정부 지원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박탈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간단하고 편리하지만 때로는 다양성을 저해한다.
세 번째는 '분리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정치, 젠더, 세대, 지역 등 많은 영역에서 갈등 수준이 높다. 젊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 역시 세대 분리 현상을 겪는다. 하지만 스타트업도 시장에 진입하고 스케일업 단계에 도달하면 연륜과 경험이 필요해진다.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찾는 데 집중하는 초기와 달리 확장 단계는 공급망, 유통, 품질 등 레거시 산업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사다리 걷어차기'다. 먼저 입지를 선점한 플레이어가 후발 주자의 성장을 막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전통 산업을 비롯해 최근에는 의료, 법률, 세무 등 전문 직군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VC 업계에서는 AI 규제 논의에서 빅테크가 주도권을 잡으며 스타트업과 같은 리틀테크가 배제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규제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리틀테크가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양성을 막는 요인 중 어쩌면 가장 큰 벽은 '퍼스트 포비아(First Phobia)'다. 혁신 기술이 미국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가 받을 불이익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논의되지 않는다. 퍼스트 무버는 막대한 선행 투자비, 규제 저항, 고객 교육 비용, 참고 사례 전무, 추격자의 공격, 방어 피로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금의 생태계는 이 모든 부담과 비용을 스타트업 혼자 감당하라고 요구한다.
이제는 선도자가 겪는 어려움을 생태계가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할 때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더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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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마찬가지다. BCG는 2017년 설문조사에서 성별, 경력, 산업배경, 출신국 등 경영진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혁신 수익률이 더 높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편견을 줄이고, 혁신에 다가가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내외부에는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기업 스스로 혁신이 일어날 수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도 하고, 경쟁사와 규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혁신이 방해받기도 한다.
첫 번째 벽은 '전문가의 함정'이다. 투자업을 하다 보면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의외로 성장이 더딘 팀을 종종 만나게 된다. 기술에 매몰되어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다. 소니는 아날로그 시대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디지털 전환 시기 경쟁사들이 LCD 도입을 검토할 때 브라운관 TV만 고집해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과거 성공 경험과 영광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다양성은 훼손되고 혁신의 기회도 사라진다.
두 번째는 '평균의 함정'이다. 1940년대 말, 유독 빈번하게 일어났던 미 공군 전투기 사고의 원인은 1920년대 조종사 평균 신체 치수로 설계된 조종석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조종석에 신체 크기가 들어맞는 조종사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평균의 오류는 정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법적 정의는 창업 3년 이내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이나 기후테크처럼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은 5년, 7년도 초기일 수 있다. 초기엔 정부 지원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박탈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간단하고 편리하지만 때로는 다양성을 저해한다.
세 번째는 '분리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정치, 젠더, 세대, 지역 등 많은 영역에서 갈등 수준이 높다. 젊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 역시 세대 분리 현상을 겪는다. 하지만 스타트업도 시장에 진입하고 스케일업 단계에 도달하면 연륜과 경험이 필요해진다.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찾는 데 집중하는 초기와 달리 확장 단계는 공급망, 유통, 품질 등 레거시 산업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사다리 걷어차기'다. 먼저 입지를 선점한 플레이어가 후발 주자의 성장을 막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전통 산업을 비롯해 최근에는 의료, 법률, 세무 등 전문 직군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VC 업계에서는 AI 규제 논의에서 빅테크가 주도권을 잡으며 스타트업과 같은 리틀테크가 배제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규제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리틀테크가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양성을 막는 요인 중 어쩌면 가장 큰 벽은 '퍼스트 포비아(First Phobia)'다. 혁신 기술이 미국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가 받을 불이익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논의되지 않는다. 퍼스트 무버는 막대한 선행 투자비, 규제 저항, 고객 교육 비용, 참고 사례 전무, 추격자의 공격, 방어 피로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금의 생태계는 이 모든 부담과 비용을 스타트업 혼자 감당하라고 요구한다.
이제는 선도자가 겪는 어려움을 생태계가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할 때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더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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