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벨리온-사피온 합병 발표가 남긴 씁쓸한 뒷맛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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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방금 간담회 도착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황당하네요. 이따 끝나고 연락드릴게요."

12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주주 간담회에 참석한 한 투자사의 말이다. 리벨리온은 간담회에서 SK텔레콤 (53,900원 0.00%)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투자사와 리벨리온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

발표 방식만큼이나 간담회 내용도 석연치 않았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어디인지, 합병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최대주주는 어디가 될 것인지 등 구체적인 합병 요건을 밝히지 않았다. 리벨리온 측은 "구체적인 합병 요건은 이후 양사 간 실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와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주주 동의 절차에서 서로 상처를 입는 일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사전에 투자사와의 교감도 없이 결정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투자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리벨리온 투자사 관계자는 "사실상 대주주 중심으로 합병비율이나 존속법인 등 중요한 합병 요건을 정해놓고 나머지 투자사들에게 통보한 것 아니냐"며 "결국 합병과 관련해 나머지 투자사들의 반응을 떠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벨리온은 연내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법인을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양사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시장에서 증명한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합병과 함께 기업공개(IPO)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리벨리온의 계획처럼 합병 절차가 원활하게 마무리 될지 의문이다. 우선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차이난다. 마지막 투자 유치에서 리벨리온은 8000억원, 사피온코리아는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누적 투자금도 각각 2800억원, 600억원으로 크게 차이난다.

무엇보다 합병 발표 과정에서 이미 신뢰를 잃은 투자사들이 리벨리온이 제시하는 합병 요건에 얼마나 호응해줄지 의문이다. 투자사들은 리벨리온이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있어 부정할 수 없는 조력자다. 2800억원의 투자금 없이 리벨리온이 이처럼 성장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창업주의 청사진에 투자한 투자사들은 이번 기습 발표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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