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달리지는 마세요…삼성 출신 로봇 장인들 일냈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7.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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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이연백·김용재 위로보틱스 공동대표

(왼쪽부터) 위로보틱스 이연백, 김용재 공동대표 /사진=고석용 기자
(왼쪽부터) 위로보틱스 이연백, 김용재 공동대표 /사진=고석용 기자
흔히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하면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장치를 떠올린다. 거대하고 무거울수록 기능이 많고 효과도 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고 작고 가벼운 로봇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로봇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로봇을 만들어온 연구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의 이야기다.

이연백·김용재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할 때만 입었다 벗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상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며 "작고 가볍고 거추장스럽지 않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로봇이면서 모빌리티…시니어·MZ 모두 공략"


위로보틱스가 이런 철학으로 개발 중인 제품은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WIM'과 허리 보조 웨어러블 로봇 'WIBS'다. WIM은 무게 1.4kg인 '힙색'(허리에 매는 가방) 모양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가로 23.8cm, 세로 10.0cm의 본체(배터리·구동계)를 허리에 차고, 양쪽 허벅지에는 직물 벨트를 찬 뒤 이를 연결하면 착용이 끝난다. 단순해 보이지만 착용하면 일반적인 보행 에너지의 20%를, 20kg 물건 운반 시에는 14%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이 대표는 "20kg 가방을 메도 8kg 가방을 멜 때의 힘만 들이면 된다"며 "상용화된 웨어러블 로봇 중 가장 좋은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위로보틱스 웨어러블 로봇 WIM을 착용한 운동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위로보틱스
위로보틱스 웨어러블 로봇 WIM을 착용한 운동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위로보틱스
위로보틱스가 WIM으로 공략하는 첫 번째 시장은 시니어 시장이다. 이 대표는 WIM을 "헬스케어 디바이스면서 모빌리티"라고 표현했다. 먼저 시니어 등의 이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모빌리티로 기능한다. 이렇게 보행량을 늘리면 재활 성격의 운동도 가능하다. WIM은 로봇에서 자세나 근육 부하 데이터를 수집해 스마트폰에서 관리할 수도 있게 했다. 이 대표가 WIM을 헬스케어 디바이스라고 표현한 이유다. 위로보틱스는 두 기능을 실증하기 위해 최근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70~80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WIM이 시니어만을 위한 로봇은 아니다. 부피가 작은데다 디자인도 일반인들이 착용해도 부담 없게 개발됐다. 또 로봇의 모드를 바꿔 부하를 거꾸로 주면 걷기, 등산, 트래킹 등 활동 시 모레 주머니를 찬 것처럼 운동 효과를 높이는 기능도 탑재해 20~30대의 수요를 공략했다. 위로보틱스는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전용 제휴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작고 가벼워서 작업 방해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위로보틱스는 WIM과 함께 무게 1.5kg로 배터리 없이 사용되는 조끼 형태의 허리 보조 로봇 WIBS도 개발했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근육 부하를 24.8%까지 감소시키는 로봇이다. 위로보틱스는 WIM과 WIBS를 대우건설 외 대기업 2곳의 건설사, 유통사에서 PoC(사업실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실증에서 척추 미세 손상이 44%, 허리부상 확률은 13% 감소했다"며 "산재 62.1%가 근골격 질환인 국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보틱스의 WIBS를 입고 작업 중인 작업자/사진=위로보틱스
위로보틱스의 WIBS를 입고 작업 중인 작업자/사진=위로보틱스



#싱글모터 #배터리 #패브릭 그리고 #가격


WIM을 접었을 때 모습
WIM을 접었을 때 모습
일상생활용 로봇을 위해 위로보틱스가 집중한 것은 무게와 크기뿐이 아니다. 사용 시간, 내구성, 가격에서도 위로보틱스는 일상생활을 염두에 뒀다.

먼저 설계 최적화를 통해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WIM은 다른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이 모터를 좌우에 2개 사용하는 것과 달리 1개만 사용한다. 김용재 대표는 "사람의 보행은 대칭성이 있기 때문에 모터 1개로도 보행을 보조할 수 있다"고 했다. 모터를 줄인 덕분에 WIM은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WIM의 사용 시간은 연속 보행 시 2시간, 일상생활 시 4~5시간이다. 배터리 교체도 가능해 최대 8~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을 직물(패브릭) 소재로 개발한 점도 일상 활용을 위한 고민이다. 김 대표는 "사람의 몸을 감싸는 부분은 다 패브릭"이라며 "철이나 플라스틱 프레임을 최소화해 어떤 체형이어도 사용할 수 있고 착용감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철·플라스틱은 유연성이 떨어져 신체에 의해 파손되는 내구성 문제가 있는데 패브릭을 사용해 내구성도 높였다"고 덧붙였다.

WIM의 가격은 100~200만원 수준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너무 비싸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로봇이 아니다"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정도의 가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니멀한 설계, 최소화한 프레임 때문에 이같은 가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로봇 엔지니어들의 창업…"최초의 대중로봇 만들 것"


위로보틱스는 어떻게 설립 2년 만에 이런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위로보틱스가 삼성전자 로봇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기 때문이다. 이연백, 김용재 대표는 물론 노창현 CFO(최고재무책임자), 최병준 COO(최고운영책임자), 임복만 팀장도 10~20년간 삼성전자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온 엔지니어들이다.

이 대표는 "삼성에 있던 덕분에 로봇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연구하고 기술력도 쌓을 수 있었다"며 "다만 삼성이 집중하는 연구소 레벨의 하이테크 로봇이 아닌 일상생활용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어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결심에 먼저 삼성을 나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교직을 맡던 김 대표와 다른 구성원들도 합류했다.

삼성 출신 엔지니어들이 의기투합하자 WIM은 1년여만에 CES에서 시연도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개발이 완료됐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인정받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0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KB금융의 'KB스타터스'로 선정돼 KB계열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헬스케어 관점에서 KB손해보험 등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용재,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가 WIM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고석용 기자

위로보틱스는 일단 시니어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체 트레이닝 센터를 열고 시니어 및 보행약자를 대상으로하는 예방재활운동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밖에 보건소, 주민자치센터, 피트니스센터, 건설 현장·물류창고 등을 통한 B2B(기업간거래) 사업과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시장 공략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아직 생소한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새롭게 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제품을 사용해본 시니어들이 모두 5~10년 젊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웨어러블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실생활에 활용되는 인터랙티브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중들이 최초로 접하는 로봇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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