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본질 놓친 VC, 미래도 놓친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3.03.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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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가 일상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지 않은가', '점주들이 이용하기에 어렵지 않은가'. 조리로봇에 대한 온갖 질문에 조리로봇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이렇게 답했다.

글로벌 서비스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세계 서비스로봇 시장은 2021년 362억달러(약 48조원)으로 전년대비 20.3% 성장했다. 서비스로봇 시장은 향후 연평균 23.2% 성장해 2026년 1033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서비스로봇 투자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VC업계에서 잘 팔리는 △AI(인공지능) △웹3.0 키워드를 앞세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현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단순 서비스와 달리 로봇이라는 장치설비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당장 수익화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서비스로봇 투자를 한번 더 주저하게 만든다.

서비스로봇 투자를 고민하는 VC의 모습에서 2015년 맥도날드가 국내 최초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할 당시 식음료 업계와 투자자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당시 맥도날드의 키오스크 도입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매장 한 가운데를 차지한 키오스크에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며 직접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해야하는 키오스크의 불편함을 소비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21년 기준 국내 키오스크 보급대수는 21만대, 3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업종도 식음료에서 은행, 주차장, 영화관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이제 키오스크는 일상이 돼 버렸다.

최근 벤처투자 혹한기에 VC의 투자 행태는 보수적으로 변했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숫자에 온 신경을 쏟는다. BEP(손익분기점) 달성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지상과제가 됐다. 숫자 뒤 가려진 미래에 투자하는 VC 본질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숫자만 보다 스타트업 업계서 '제2, 제3의 키오스크'가 탄생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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