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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리얼트립IPO(기업공개)에 착수한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이 월간 활성 이용자(MAU) 500만 돌파와 2000억원대의 월간 총거래액(GMV) 달성 등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으로 사내 'AI(인공지능) 챔피언' 프로그램이 꼽힌다.
AI 챔피언은 마이리얼트립이 AI를 배우는 조직에서 'AI로 일하는 조직문화'로 진화시키기 위해 전사적으로 운영 중인 AI 리터러시 강화 프로그램이다. 임직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자신의 업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내 AI 전문 조직인 'AI 랩(Lab)'이 코치이자 동료로 참여해 각 부서의 현업 과제를 함께 발굴하고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해결 과정을 지원한다. 임직원은 반복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업무를 진단하고 AI 기반의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AI 랩이 운영한 사내 문제 해결 프로젝트 '마리트 크몽'에서 시작됐다"며 "당시 AI를 활용한 자동화 실험을 통해 반복 업무를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유지보수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문제를 겪는 사람이 직접 문제를 푼다'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구성원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하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팀 간 의존도를 줄여 업무 효율과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구자문 마이리얼트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고객 문제를 빨리 해결할수록 여행자의 서비스 이용 경험도 더 빠르게 개선된다"며 "과거에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면 8명은 모여야 했지만 지금은 4명 정도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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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형 학습-실무 중심의 AI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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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AI 랩은 각 구성원과 사전 협의를 통해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담당할 '트레이니(Trainee)'를 지정한다. 트레이니는 커서, 클로드 코드 등 AI 코딩툴을 활용한 실습형 학습과 함께 자동화·프롬프트 설계·워크플로우 구축 등 실무 중심의 역량을 익히게 된다.
트레이니는 AI 랩으로부터 실시간으로 기술적 지원과 피드백을 받는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트레이니에게는 AI 챔피언 타이틀이 부여된다. 이를 받은 구성원은 결과물과 노하우를 사내에 공유하고 다른 부서의 AI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멘토로 활동할 수 있다.
AI 챔피언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성과를 낸 곳은 'PR팀'이다. PR팀은 흩어져 있던 기업 홍보용 페이지(채용, 보도자료, 기술 블로그 등)를 하나의 허브로 통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업 소개 웹사이트를 기획·개발했다.
해당 담당자는 코딩 경험이 없었으나 AI 코딩툴을 활용해 2주 만에 완성도 높은 기업용 웹사이트를 구현했고, 외주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팀이 직접 기획·제작·운영까지 주도하는 체계를 확립했다.
'QA(품질보증)팀' 사례도 눈에 띈다. QA팀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변경이 잦은 환경에서 자동화 테스트가 자주 끊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랩과 함께 '셀프힐링 로케이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테스트 중 요소 탐색이 실패하더라도 AI가 화면구조(DOM)를 분석해 새로운 로케이터를 자동 제안·검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QA팀은 테스트 자동화의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유지보수 효율을 높여 개발자들이 품질 개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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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은 회사'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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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사진=마이리얼트립 제공'커뮤니케이션 디자인팀'의 경우 반복적인 프로모션 카드 제작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AI 플러그인을 직접 개발했다. 상품 URL 한 줄을 입력하면 카드 10장이 자동 생성돼 기존 대비 제작 속도를 약 95% 단축했다. 일관된 브랜드 톤이 자동 반영되는 것도 강점이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AI 챔피언 프로그램이 미친 가장 큰 변화는 'AI는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전에는 개발 리소스가 없으면 시도조차 어려웠지만 이제는 '일단 직접 해보겠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AI를 쓰는 회사'가 아닌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은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완벽한 결과보다는 빠른 시도와 학습을 중시하는 실험적인 조직문화를 구성원들이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전사 구성원이 AI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AI 챔피언 프로그램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AI가 업무 도구를 넘어 구성원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마이리얼트립은 IPO를 위한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며 '국내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업계 최초 상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주관사 선정을 기점으로 IPO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여행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