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 각광…단순 기록 넘어 인생 코치 역할도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우리 오늘 마트에서 사기로 한 그거 있잖아. 뭐지?"
사소하지만 일상을 꾸려나가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모임 약속, 각종 비밀번호에 밀려 곧잘 잊혀지는 것들. 분명 아까 전까지 외우고 있었는데 필요할 때 생각나지 않는 것들. 이 때문에 답답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앞으로는 AI(인공지능)가 이런 일상의 답답함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AI 발달로 음성 메시지를 글자로 바꾸는 수고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인간의 기억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기억력 보조를 넘어 사용자의 하루를 돌아보는 '라이프 코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지난 7월 손목 띠 형태의 웨어러블 AI 기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비(Be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들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목걸이, 안경 형태의 기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오미AI, 옷에 붙이거나 목걸이 형태로 착용할 수 있는 펜던트형 기기를 제공하는 리미트리스 AI 등의 스타트업은 총 3억5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 창업자 샘 알트먼과 애플 총괄 디자이너 출신 조니 아이브도 지난 5월 새로운 AI 기기를 개발하겠다며 협업을 발표했는데 업계는 실시간 사용자에게 조언해주는 웨어러블 기기가 될 것으로 추측 중이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샘 알트먼과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투자를 유치한 리미트리스 AI가 눈에 띈다. 2020년 설립된 리미트리스 AI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창업자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구글 출신인 창업자 댄 시로커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승리에 기여한 인물이다. 당시 오바마 캠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력한 리더십과 가족 같은 인간미 중 어느 쪽으로 가져갈지 고민했다. 시로커는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후자를 추천했고,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였다.
시로커는 이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기술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옵티마이즐리(Optimizely)를 2010년 창업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이경화증(귀 안쪽 뼈 조직의 비정상적 증식 증상)으로 인한 청력 저하로 회사를 3억 달러에 매각했다. 시로커는 지난 6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보청기를 써보니 정말 마법 같았다. 감각을 잃었다가 되찾는 경험은 초능력을 얻은 것과 같았다"며 "그 이후 기술로 인간에게 초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했다.
리미트리스 AI 펜던트는 회사보다 가정에서 더 빛을 발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을 경영하는 조쉬 레먼은 업무 목적으로 펜던트를 구매했는데 육아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펜던트를) 처음 착용한 날은 부활절 주말이었다. 아이들과 같이 놀이터에 가고 색칠도 하고 짜증을 다스리면서 하루를 보냈다"며 "다음날 리미트리스에서 그날 하루를 요약한 내용을 받아보면서 내가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펜던트가 잊기 쉬운 작고 의미있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마치 디지털 일기장 같았다"며 "이제 펜던트는 일상의 일부가 됐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침 저녁 시간에 더 소중히 쓰고 있다"고 했다.
녹음 기록 서비스는 매달 300분 분량이 무료 제공되며 한 달 2만9000원을 내고 녹음 기록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플라우드 제품은 2023년 출시 이후 1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포브스는 플라우드를 현 웨어러블 시장의 선두주자로 평가했다.
플라우드의 웨어러블 제품은 배우자의 불륜을 잡아내기 위한 소형 녹음기에서 출발했다.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으나, 창업자 네이선 쉬는 2022년 챗GPT가 출시되자 새 시장이 열릴 가능성을 보고 제품 개발 방향을 완전히 틀어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쉬 창업자는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사람이 AI가 탑재된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를 착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플라우드는 올해 2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진율은 애플의 아이폰 제품군과 유사한 25% 정도로 알려졌다. 플라우드는 100만 달러 규모 클라우드 펀딩으로 출발했으며,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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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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