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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5'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한국은 완벽한 결과물을 공유하고 이메일 하나도 공들여 쓰는 문화인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속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불완전한 아이디어나 질문도 빠르게 공유하고 5분 안에 이메일 답장이 오거나 협업을 통해 자료를 완성해 나가는 문화다."
구글에서 AI(인공지능) 어시스턴트인 제미나이(Gemini)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혜진 매니저는 11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5'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4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해 온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인 창업자와 실무자를 초청해 업무 현장의 다양한 현안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행사다.
이혜진 매니저는 7년은 구글 한국 오피스, 이후 7년은 미국 본사에서 경력을 쌓는 중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업무 환경에 대해 "해고(Layoff)는 10년 일하면서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현지의 AI 기술 경쟁과 관련해선 "전쟁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매일매일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어제의 좋았던 기능이 다음 날 사라지는 일이 하루에 10가지 정도 일어날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다. 생존이 걸린 일이다 보니 스타트업과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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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성과주의…'스토리텔링 포트폴리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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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5'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 매니저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커리어를 '실험'처럼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에서 에너지를 얻고, 어떤 결과가 진정한 성취감을 주는지, 힘든 상황이 견딜 만한지 등을 실험하듯 세분화해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적극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자신이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필요한 것을 직접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디자인 협업툴 '피그마'의 김준식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만큼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부연했다.
김 디자이너는 "미국은 학벌이나 경력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출시했고 어떠한 영향력이 있었고 그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시스템이므로 성과가 좋으면 승진하고 그렇지 못하면 해고될 수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자신의 성과와 문제 해결 과정을 잘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조언이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계속 고민하고 트렌드에 맞춰서 바꿨다"며 "회사는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고 배우고 할 수 있는지를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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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스타트업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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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 클레이디스(Claydis) 대표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연쇄 창업자인 안성호 클레이디스(Claydis) 대표는 자신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전했다.
안성호 대표는 "미국에서의 첫 경험은 캐시슬라이드의 미국 법인장으로 합류한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1000여명 규모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스스로 하면 더 잘할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마켓플레이스 스타트업을 창업해 프리시리즈A 투자를 받고 6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는 등 순조롭게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몇 차례의 피벗과 팀 분열로 결국 회사가 공중 분해되는 실패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망해버린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수습하려고 좀비 상태의 스타트업에 얽매여 있던 때 AI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AI를 안 하는 것이 저는 더 큰 실패라고 판단해 AI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자마자 새로운 기회들이 매우 잘 보였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어제'다. 약간 늦었지만 하루밖에 늦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창업을 결심했다면 바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