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엔젤투자리스트 최고위 과정 모집

"이 얼음이 가짜야?"...차원이 다른 3D 그래픽, 韓 연구팀 해냈다

광주(전라)=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9.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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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테크마켓]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딥테크를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5'의 특별 부대행사로 '2025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 개최하는 이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를 신기술을 개발한 과기원 교수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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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사진=GIST
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사진=GIST

최근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흥행 성패는 3차원(3D) 그래픽의 '사실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과 이용자들은 화면 속 세계가 실제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구현되기를 기대하며, 콘텐츠 제작사들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더 정밀한 그래픽 기술과 고품질의 시각효과(VFX)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실제와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 핵심기술 중 하나가 '물리 기반 렌더링'(PBR, Physically Based Rendering)이다. 간단히 말해 가상의 카메라, 광원, 물체를 설정한 뒤 각 픽셀마다 광선을 추적해 물리적으로 일치하는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이다.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작품속에서 사실적인 빛과 그림자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려면 픽셀당 수만 개의 광선을 추적해야 한다. 빛의 반사·굴절과 같은 복잡한 계산이 포함된 수많은 경로 샘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한 장면의 경우 한 장의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이러면 작업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작 공정 전반에 병목이 발생하고, 고품질 그래픽 구현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문보창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 이미지보다 결과물이 반드시 더 좋아지도록 '수학적으로 보장'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렌더링 가속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단순히 렌더링 속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과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문 교수팀의 기술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엔진뿐 아니라 건축 설계, 공장 운영을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건물 조명과 그림자를 실제처럼 시뮬레이션하는 건축 시각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 연구성과는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문 교수는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디즈니리서치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그래픽스·AI 기반 화질 개선 연구를 수행했다. 2016년부터 GIST에 부임해 렌더링 가속과 역렌더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신경망으로는 한계…'제임스-스테인 추정기'로 안정성 확보


연구팀에 따르면 PBR 연산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즈니,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활용해 렌더링을 가속화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는 샘플 수를 줄여 노이즈가 많은 이미지를 먼저 만든 뒤, 신경망으로 잡음을 제거해 고품질 이미지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가 신기술을 영상에 적용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GIST
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가 신기술을 영상에 적용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GIST

그러나 잡음이 많은 이미지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문 교수는 인터뷰 자리에서 얼음이 담긴 유리잔 이미지를 예로 들며 "확대된 영역에서는 얼음의 세부 구조가 상당 부분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 신경망 기술만으로는 정보 손실을 완벽히 복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망 특성상 학습되지 않은 입력이 들어오면 오히려 품질이 악화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통계학의 전통적 기법인 '제임스-스테인 추정기'를 인공신경망과 결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노이즈가 많은 원본 이미지와 기존 신경망 결과물을 결합해 출력 이미지가 입력보다 항상 품질이 높도록 보장하는 신경망 구조를 설계했다"며 "산업 현장에서 신뢰하고 쓸 수 있는 솔루션을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2022년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스 학술대회 '시그라프 아시아(SIGGRAPH Asia)'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고, 특허로도 이어졌다.

문 교수는 이 기술을 게임 엔진 사용자에게 플러그인(plug-in)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플러그인은 기존 프로그램에 '끼워 넣어'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독립 소프트웨어 모듈을 말한다.

그는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엔진에는 기본 렌더링 기능이 있지만 물리 기반 렌더링은 별도의 고급 기능이 필요하다"며 "엔진을 사용하는 스튜디오와 기업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최근 PBR을 역으로 수행하는 '역렌더링'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사진 한 장을 입력하면 물체의 위치 정보나 재질, 장면 속 연기나 안개 같은 볼륨 데이터를 역으로 추론해내는 기술이다.

문 교수는 "이 기술은 디지털트윈이나 메타버스 공연처럼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이 최대한 일치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공장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가상 스튜디오에서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화면 속 장면이 실제와 같은 물리적 일관성을 갖춰야 신뢰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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