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중국의 '실버경제(銀髮經濟)' 규모가 우리 돈으로 1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AI(인공지능)와 로봇 기술을 통해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실버경제 규모를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는 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을 논의할 오는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AP/뉴시스]지난 2022년 8월 3일 중국 베이징의 신문 게시판에서 한 노인모습.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11일 펑시저 푸단대학교 노령연구원 원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억2000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15.6%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급격한 것은 물론, 일자리를 찾아 젊은층이 도시로 이동하는 농촌 지역에서의 고령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게 펑 원장을 비롯한 중국 고령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5년 뒤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에 육박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관련, 펑 원장은 "1962~1973년 사이 출생한 인구가 노령층에 진입하면서 중국은 내년부터 시작할 제15차 5개년 계획 시기에 고령화와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며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화 대응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올해까지 해당하는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는 국가 전략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며 처음으로 실버 경제 발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고령화와 관련 산업의 연계 물꼬를 트고 의료와 요양, 건강 회복을 결합한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를 세워 실버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기반을 마련했단 게 중국 정부와 전문가, 언론의 대체적 시각이다. 중국은 2024년 국무원 1호 문건에 실버 경제 발전을 공식 명시한 이후 현재 관련 시장 규모가 10조 위안(약 193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한다.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리허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2025.8.4 /AFPBBNews=뉴스1하지만 전문가들은 15차 5개년 계획이 시행될 내년부터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고 본다. 펑 원장은 "과거 노인은 소비력이 없다는 고정관념 탓에 관련 수요 연구가 부족했다"며 "실제 수요와 공급 간 구조적 불일치 해소가 과제로 남아있으며 노인 서비스 공급자는 대부분 중소·영세기업으로 금융·세제·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펑 원장은 AI와 로봇 기술을 추후 중국 실버경제를 키울 발판으로 지목했다. 펑 원장은 "과학기술 발전이 고령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없으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며 "노인 돌봄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사실 서비스 인력의 부족인데 AI와 로봇 기술의 광범위한 활용은 인력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AI와 로봇 기술을 통해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억위안(약 39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하며 1조위안(약 193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와 맞물려 베이징엔 4층 규모의 로봇 전문 쇼핑몰을 열었다. 100종이 넘는 로봇을 전시·판매하며 3층엔 별도의 유지·보수 공간을 마련했다. 또 대출과 보험 같은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로봇 구매 문턱을 낮췄다. 이 쇼핑몰은 올해 10회째를 맞은 베이징 세계로봇콘퍼런스(WRC) 개막에 맞춰 개장했다.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의 로봇 4S 매장의 전시 공간. 약국에 활용되는 로봇 모습 /사진=뉴스1하지만 AI와 로봇이 실버경제 발전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단 게 펑 원장의 지적이다. 펑 원장은 "기계와 과학기술을 활용해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가 발생한다"며 "과연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로만 머무를지, 아니면 결국 사람을 통제하게 될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펑 원장은 AI와 로봇의 활용에 더해 실버경제 발전을 위한 중국형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서방처럼 정부 보조나 완전 시장 의존이 아닌, 국유경제와 가족 부양 문화를 활용할 수 있다"며 "가정이 노인 부양 기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5월 인민은행이 5000억 위안 규모의 '서비스 소비, 노인복지 재대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노인 산업 금융지원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며 "하지만 소규모 요양시설과 혁신기업에 대한 담보 부족 문제 해결과 정책의 실질적 집행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