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장악해가고 있다"…트럼프의 다음 선택, 왜 로봇?

윤세미 기자, 베이징=안정준 특파원 기사 입력 2025.12.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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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차세대 기술 패권 경쟁의 초점을 로봇 산업으로 옮길 태세다.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로봇 산업을 보호하면서 로봇 제조와 판매를 용이하게 하는 방향이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일찌감치 로봇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내자 미국도 국가 안보와 경제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복싱 경기 시연을 보고 있다.  FIX 2025는 미래형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25일 까지 엑스코 전관에서 진행된다. 2025.10.23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복싱 경기 시연을 보고 있다. FIX 2025는 미래형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25일 까지 엑스코 전관에서 진행된다. 2025.10.23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이미 로봇을 미래를 책임질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하고 정책적 지원에 나선 상태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AI(인공지능)의 적용으로 로봇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지능(Embodied Intelligence, 具身知能)'을 중점 육성하겠단 목표다. 단순한 로봇 제조가 아니라, AI와 로봇이 결합된 차세대 로봇을 국민의 일상 생활 속에 확실히 끌어들이겠단 게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다.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최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로봇지능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을 신규 경제 성장점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구체적 계획도 이미 나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9월 2030년까지 차세대 스마트 지능체 보급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단 '인공지능+(人工智能+)' 정책을 내놨다. 스마트 지능체는 'AI가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로봇에 AI를 심어 거의 모든 국민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단 정책인 셈이다. 이 정책은 중국의 모든 성과 자치구, 직할시 인민정부, 국무원 각 부처 및 직속 기관에 전달됐다.

중국 산업용 로봇 설치 추이/그래픽=이지혜
중국 산업용 로봇 설치 추이/그래픽=이지혜
이처럼 중국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까닭은 명확하다. 세계 1위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을 이미 갖춘 만큼 AI나 반도체 등 미국보다 기술적으로 뒤처진 영역에서보다 손쉽게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단 판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0억대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보급돼 연간 산업규모가 5조달러(약 7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국가적 지원이 가장 강력한 중국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장악해 나가고 있으며 미국과의 격차가 확대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천문학적 성장이 예견된 시장에서 주도권까지 가져오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선 로봇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산업용 로봇 보급에서 미국과 상당한 격차를 벌린 상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29만50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다. 미국의 약 9배로, 전 세계 로봇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국가 자동화 수준을 보여주는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에서도 중국은 2023년 기준 470대로 한국(1012대), 싱가포르(770대)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반면 미국은 295대로 세계 10위에 그친다.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5일(현지시각)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All new Atlas)'의 AI 학습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 연말 현대차그룹 생산거점에서 아틀라스의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Pick, Carry, Place, Repeat | Inside the Lab with Atlas 영상 캡쳐.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9/뉴스1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5일(현지시각)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All new Atlas)'의 AI 학습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 연말 현대차그룹 생산거점에서 아틀라스의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Pick, Carry, Place, Repeat | Inside the Lab with Atlas 영상 캡쳐.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9/뉴스1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비밀 무기로 AI로 구동되는 로봇 생산 부대를 지목하기도 했다. 중국 전역의 공장들은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제조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품질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수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단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이 챗봇 같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확충엔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면서도 공장 자동화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물리적 형태의 피지컬 AI 기술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단 평가를 받는다. 이에 미국 로봇기업들은 올해 의회와 정부에 로비를 벌이며 국가 차원의 로봇 전략 수립을 요구해왔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나와야 미국이 새로운 첨단 제조 역량을 구축하고 산업용 로봇 최대 도입국인 중국을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게 로봇 업계의 입장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무한 돈 버그"에 비유하며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통해 세계 경제 규모를 10배에서 100배까지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행정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들은 점점 로봇을 중국과 경쟁 분야로 보면서 자동화, 공급망, 로봇 배치에서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 옵티머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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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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