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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인천 송도에 바이오 창업 전용 대형 인프라인 'K-바이오랩허브'가 문을 연다.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한 실험실과 공용장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공간을 갖춘 일종의 '바이오 창업 인큐베이터'다. 글로벌 바이오 창업 메카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LabCentral)'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바이오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시, 연세대학교, 그리고 실무를 총괄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K-바이오랩허브사업추진단이 이끌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는 K-바이오랩허브 사업 초기 기획부터 현재 운영까지 현장을 책임져온 강철형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K-바이오랩허브사업추진단 전략기획팀장을 만나 랩허브의 비전과 과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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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교육-연구-산업 융합 허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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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랩허브는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내 부지를 활용한다. 투입되는 예산은 약 2700억원 규모다. 부지는 연세대가, 건축비는 인천시가, 장비 및 R&D(연구·개발) 예산은 중기부가 각각 지원하는 3자 협력 구조다. 총 사업기간은 2023~2029년이며, 2025년 착공, 2027년 11월 준공이 목표다. 건축은 3개동으로 구성되며, 랩실·장비동 외에도 바이오 소셜 라운지, 네트워킹 전용 공간, 민간기업과의 공동연구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철형 전략기획팀장은 "단순히 실험실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대학의 연구역량과 산업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교육-연구-창업 융합 거점이 될 것"이라며 "연세대도 단순 부지 제공을 넘어 교육 커리큘럼 및 인턴십·인재매칭 등에서 랩허브와 긴밀히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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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 등 민관 네트워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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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급 시생산 설비나 전임상 실험공간 등 신약 개발 전주기를 포괄하는 '풀스택 랩허브'를 계획했지만, 예산과 기술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일부 기능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실험실, 분석 장비, 공동작업장 중심의 지원 구조로 축소됐다.
강철형 팀장은 "오히려 이걸 계기로 주변 민간·공공 인프라와의 연계 전략이 명확해져 민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형 제약사,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 병원들과의 협력 네트워크가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174,300원 ▲1,300 +0.75%), 삼성바이오로직스(1,031,000원 ▼1,000 -0.10%), 종근당(82,800원 ▲400 +0.49%), 루닛(44,900원 ▲550 +1.24%), 올리패스(1,651원 ▼267 -13.92%) 등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과 공동 기술검토 및 수요 연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입주는 건물 완공 후인 2028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는 랩허브 시범사업으로 연세대 에셀바이오관 일부를 개조해 8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29개 기업이 멤버십 형태로 협업 중이다. 입주기업 중에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부터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후보 물질 탐색 기업까지 다양한 바이오텍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K-바이로랩허브가 마련한 공동 워크숍, 프라이빗 IR, 글로벌 규제기관 세미나 등 다채로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강 팀장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실험실 확보와 장비 접근성이 창업 최대 장애물"이라며 "K-바이로랩허브는 장비 사용료를 최소화하고, 입주공간과 유틸리티를 무상에 가깝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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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형 리더' 한인석 박사 초대 단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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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랩허브는 지난해 2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설립 총장을 지낸 한인석 박사를 초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한 단장은 워싱턴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 유타대 겸임교수, 한양대 특훈교수로 재직한 이후, 송도바이오융복합센터장 등을 역임한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가다. 미국에서 바이오 벤처를 운영한 한 사업가이자 글로벌창업협회 회장으로서 씨젠(27,650원 0.00%), 메디톡스(125,100원 ▼5,100 -3.92%) 등 30여개 바이오벤처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으며,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총장을 역임하며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도 기여했다.
강 팀장은 "한 단장은 미국 보건당국과 대학, 산업을 모두 경험한 실전형 리더"라며 "국내 랩허브와 같은 모델은 선례가 많지 않아 제도에만 밝은 인물이 아니라 현장 실무와 사업화 흐름을 꿰뚫고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랩허브는 한국 기업이 FDA나 유럽 EMA 허가를 준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향후 글로벌 협력 거점으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인물보다는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인재가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K-바이오 랩허브는 현재 미국 랩센트럴과 유럽 바이오인큐베이터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강 팀장은 "스타트업이 시작부터 글로벌을 지향할 수 있도록 실질적 '런웨이'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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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조 분산과 조직 안정화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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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랩허브의 사업구조는 복잡하다. 건물은 인천시, 부지는 연세대, 장비는 중기부 소유이며, 운영은 별도 사업단이 맡고 있는 다층적 구조다. 강 팀장은 "현재는 3자 간 협의로 문제를 조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적 거버넌스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단장 중심의 고정적 리더십 외에도 실무진의 안정적 고용, 중장기 운영 예산 확보 등이 과제로 남았다.
강 팀장은 "바이오 창업은 과학기술 기반이고, 제품화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며 "랩허브는 그 과정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안전지대이자, 다시 뛰게 하는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