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챗GPT가 말하는 한국의 AI 경쟁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사 입력 2023.02.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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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최근 디지털 분야의 최고 화두는 단연 '챗GPT'의 폭발적 인기다. 출시 2개월 만인 지난 1월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복합지능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초거대 AI인 챗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당장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는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의 혁명적 변화다. 인터넷 검색은 우리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줬지만 챗GPT는 이제 인터넷 검색 없이도 단일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그럴듯한 보고서, 논문을 대신 작성해준다. 유료버전을 기준으로 하면 월 2만5000원의 급여만 주면 거의 모든 분야의 리서치 결과를 정리해주는 석·박사급의 비서를 한 명씩 거느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색엔진의 왕좌였던 구글은 큰 충격을 받고 자체 AI 출시를 서두르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총 100억달러 투자를 계획 중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탑재한 버전을 출시하고 구글과의 일전을 예고했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의 수요급증으로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그럼 디지털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먼저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나아가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 축적,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구축 등이 필수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을 100으로 보면 2020년 기준 87.8%며 2022년 AI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2조7000억원, AI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조5조000억원에 그쳤다. 또한 정부가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하지만 AI기업들은 여전히 데이터 부족과 데이터 규제개선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챗GPT에 물어보았다. 첫째, 데이터와 컴퓨팅파워, 클라우드, AI기술 등을 예시로 주면서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크기, 품질, 다양성이며 이들이 AI 모델의 정확성과 효과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둘째, 한국 AI산업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엔 기술적 우수성, 다수의 스타트업, 정부의 강력한 지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증가하는 시장수요라고 답했다. 셋째, 한국이 AI산업에서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특정한 산업이나 분야에 집중하는 틈새시장 전략, 연구·개발 투자, 기업·정부·학계간 강력한 파트너십, 혁신문화 등이라고 답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필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토대로 AI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고 고성능·저전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고도화하는 것이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선택이다. 또한 국내 AI 플랫폼기업이 한국어 처리에는 우수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자본, 기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별 대응이 아닌 기업간 파트너십 부족은 문제다. 몇 년 전부터 국내 통신사 주축으로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나섰지만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 배출하는 AI인력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더구나 AI 경쟁력의 첫째 요소인 대규모 데이터 활용은 더 문제다. 데이터산업법안의 초안에는 AI를 이용한 데이터마이닝 시 대상 데이터가 공개된 개인정보거나 저작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동의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조항을 뒀으나 이견이 존재해 삭제됐고 대신 저작권에 대해서만 저작권법에 AI 학습을 위해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으나 아직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AI분야 퍼스트무버의 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제가 있다. 우선적으로 정부·기업·학계간 원팀 수준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정부가 추진 중인 민관합동 규제혁신단 등을 통한 규제혁신부터라도 빨리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기자 사진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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