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기술혁명이 시작된 농업과 우리의 대응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기사 입력 2023.02.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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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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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전제품 박람회(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미국 농기계회사 존디어다.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기조발표를 했다. 소개한 트랙터의 겉모습을 보면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움직일 때면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율주행을 한다. 휘발유 대신 전기로 작동한다.

이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미 테슬라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존디어가 채택한 기술인 자율주행, 인공지능, 배터리 모두 많이 들어본 기술이다. 그렇다면 CES는 왜 존디어를 첨단산업 대표로 선정했을까.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파괴력 때문이다. 테슬라는 아직 완전 자율주행이 안 된다. 여전히 운전석에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 존디어의 트랙터는 다르다. 완전자율주행이 된다. 복잡한 도로가 아니라서 가능하다. 농부는 굳이 현장에 있을 필요 없다.

트랙터는 움직이며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트윈이란 가상공간을 만든다. 여기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모의시험을 한다. 작물의 성장상태와 강수량 등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며 적정한 수확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폭우가 내릴 때 최적의 대응시나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농업과 농촌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됐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민이고 이들이 사는 곳이 농촌이다. 농업과 농촌은 한 몸이다.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농업은 다르다. 농민이 굳이 농촌에 살 필요 없다. 첨단로봇을 구매할 수 있는 자본력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농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멀게 느껴질 농업의 기술혁명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시중에는 컨테이너에서 재배한 채소가 판매된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는 1층에서 식품을 판매하고 2층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대형매장이 있다. 식물공장은 높은 원가에도 날씨 영향 없이 소비자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농촌에서 재배한 채소와 달리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와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다. 농약을 쓰지 않아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컨테이너 형태의 도시농업은 우리가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분야다. 미국은 주로 컨테이너의 수십 배 크기인 대형시설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그렇다 보니 온도, 습도관리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병충해 발생에 대응하기 어렵다. 컨테이너 재배는 엄격한 온도, 습도관리가 가능하다. 병충해가 발생하면 해당 채소를 바로 폐기할 수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IT 생태계 덕분이다. 온습도 측정, 모니터링, 원격제어 등에는 IT가 활용된다. 내부 공기흐름 조절에 PC 냉각팬을 사용한다. 대표기업 엔씽의 CEO는 농학이 아닌 전자공학 전공이다.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우리 농업에서는 다른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8년 전 정부는 곤충식량 시대가 온다며 산업을 진흥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곤충식품 만들기 과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거부감을 넘기 어려웠고 결국 곤충식용화는 동력을 잃었다.

이런 어려움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곤충을 식품이 아닌 사료로 방향을 전환했다. 프랑스 엔섹은 스마트공장 기술을 접목해 무인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싱가포르의 뉴트리션테크놀로지는 곤충양식에 유리한 동남아 환경을 살려 영양가 높은 수산 양식용 사료개발에 집중한다.

기술보다 혁신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농업은 농촌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하나의 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은 농업을 하는 곳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사는 곳이 돼야 한다. 농업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 기술혁명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
  • 기자 사진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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