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주정보 개방의 시대, 한국의 해법은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다누리호 광시야편광카메라 책임자, 한미민간달착륙선탑재체공동연구사업 책임자) 기사 입력 2023.01.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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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가슴 졸이던 다누리호의 달 궤도 진입이 성공했다. 다누리로부터 얻어질 자료를 활용한 달 과학 연구의 시간도 함께 도래했다. 과거에는 해외 탐사선의 탑재체 개발국가 연구진들이 우주탐사 자료를 독식했다. 국내 연구자들은 그들의 독점 사용 기간 이후 공개된 자료에서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파고드는, 이른바 '이삭줍기 연구'에 만족해야 했다. 마침내 우리나라의 탐사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소감은 '감개무량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국제 우주과학계는 탐사자료의 국경 제한을 없애고 자유롭게 공유하는 추세다.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등의 관측자료들은 진작부터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우주 관측·탐사 자료가 특정 국가의 이익만이 아닌 인류 공공의 지식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자국민의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타국과 결과물을 나누고 있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도 앞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모든 우주탐사 자료를 아무 조건 없이 '즉시' 공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누리의 경우, 사업 초기 NASA와의 협력 과정에서 과학탑재체 자료를 일정 시간 후 전면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다누리 개발·운영 과정의 기술 획득 의미는 크지만, 다누리를 통해 얻을 자료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주 탐사·관측을 위한 자체 기술개발 계획이 없는 나라라면, 우주 자료가 전면 개방되는 현 상황이 반가울 것이다. 별도 예산 투입 없이도 은하와 블랙홀 등의 신기한 영상을 시청하고, 달과 화성 표면에 내려앉은 듯한 초고해상도 3차원 공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자적인 우주탐사 의지를 가진 국가라면 얘기가 다르다. 선발주자들과 차별화된 발상을 창출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티가 형성돼야 하고, 이는 새로운 자료 확보를 향한 열망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로 이어진다. 또 새로운 자료를 생성·분석해 본 경험은 더 나은 자료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길러준다. 지속적인 우주탐사를 위해선 이러한 선순환구조 마련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민간 우주발사체 등 다양한 발사체, 수 백기의 지구 저궤도와 정지궤도 위성 개발 기회 등이 열려 있다. 여기에 발사체·위성들의 개수보다 수백 배 많은 우주과학자의 새로운 발상들이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거쳐 탑재돼야 하고, 우주에 올라간 뒤 자료로 되돌아와야 한다.

전 세계 우주탐사 자료는 마치 자유무역 시장과도 같다. NASA와 협력하지 않고 단독으로 우주탐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주탐사 자료의 즉시 공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연구집단을 보유한 나라가 돼야 한다. 그래야 자국의 우주탐사 자료뿐 아니라 타국이 공개하는 자료까지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우주과학계를 선도할 수 있다. 다누리호와 달착륙선, 소행성과 화성 탐사까지 꿈꾸는 우리 행성과학자들의 분발과 국민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 기자 사진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다누리호 광시야편광카메라 책임자, 한미민간달착륙선탑재체공동연구사업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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