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집'서 얻은 창업아이템…차박 여행용 에어비앤비 떴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10.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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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차박 여행자들을 위한 로드트립 플랫폼 '밴플' 조수빈 대표

밴플 서비스 소개자료=밴플
밴플 서비스 소개자료=밴플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북미회담이 열린 장면이 전세계 생중계 될 때, 조수빈 씨(31)는 미국 사우스몬타나, 잭슨홀, 라스베이거스 근방 사막으로 캠핑카를 타고 여행 중이었다.

TV를 함께 보던 미국 회사 동료가 조 씨에게 "남북한이 통일되면 유럽 횡단여행의 핫스팟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앞으로 세계 일주의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가 한국이 될 지 모른다는 강한 촉과 묘한 설렘에 빠졌다고 한다.

조 씨는 그 길로 2년 간의 미국 직장생활을 접고 한국 가는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캠핑카 예약 플랫폼 '밴플'을 창업한 배경이 다소 생뚱맞지만 "내가 가는 곳이 집이 되고, 문을 열면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밴라이프'(Van-life) 문화를 한국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쉽게도 남북화해 모드는 금새 식어버렸지만 마침 코로나19(COVID-19) 등의 여파로 '차박(자동차에서 숙박하며 캠핑하는 것) 열풍'이 불면서 밴플 서비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밴플에서는 경량형 캠핑카부터 호화 모토홈까지 다양한 레저 차량을 대여할 수 있다. 이용자의 과거 차박 여행 패턴을 분석해 2~5일 이내 여행계획을 큐레이션해주고, 취향에 맞는 차박 여행지도 추천한다. 또 차박지 인근 지역에 지오펜스(Geofence, 실제 위치에 기반을 두고 가상의 경계·구역을 만드는 기술)를 설정, 해당 지역에 진입하면 지역 상가 관련 할인 이벤트 정보를 앱(애플리케이션) 푸시메신저로 제공한다. 이밖에 차박 용품 렌트·구매가 가능하며 차박지 정보를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소셜 기능도 갖췄다.
밴플 안드로이드 앱
밴플 안드로이드 앱
조 씨는 2020년 6월에 밴플을 설립했다. 이어 작년 7월 모바일 앱 베타서비스를 진행했고, 올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다. 현재 호스트인 렌트업체는 16곳, 렌트 가능한 캠핑카는 약 120대가 등록됐다.

시장 전망은 밝다. 2020년 2월부터 승용차, 화물차, 특수차 등 모든 차종을 캠핑카로 튜닝(개조)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하위법령이 시행된 덕에 캠핑카 공급·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21년 9월부터 카라반·캠핑용 트레일러 등 특수자동차를 합법적으로 대여할 수 있게 되면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다만, 현재는 개인이 보유한 캠핑카를 밴플과 같은 플랫폼에 등록·공유하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규제 완화로 P2P(개인 대 개인) 서비스까지 가능해지면 밴플은 '캠핑카업계 에어비앤비(숙박공유서비스)'가 될 것이란 꿈을 꾸고 있다.

"근래 외곽 도로나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도로에 캠핑카나 캠핑용 트레일러가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미 자자체의 골칫거리가 됐어요. 이런 차를 함께 나눠 쓰면 그런 문제도 곧 사라질 겁니다."

밴플 조수빈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밴플 조수빈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북미 시장의 경우 P2P 캠핑카 렌트 시장규모는 4조1400억원에 이른다. 차박 시장규모가 1조3000억원 규모인 일본에서도 최근 '카스테이'와 같이 캠핑카 소유주와 사용자 간 매칭을 통한 캠핑카 공유서비스가 인기다. 국내 차박 이용자는 200만으로 집계된다. 최근 여행하며 일하는 '워케이션'이 확산된 데다 향후 P2P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그 수요는 더 가파르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밴플은 올바른 캠핑문화 정착과 관광·먹거리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채로운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전국 3371곳 차박지에 캠핑카를 대고 생활할 때 근방 공유오피스나 작은 호텔의 비즈니스룸을 이용해 업무를 보게 한다든지, 인근 목욕탕, 동네마트, 식당 등을 이용하면 일정 비율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밴플은 KB이노베이션허브의 'KB스타터스'에 선정돼 성장 단계별 투자, 계열사 협업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KB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지역상권 연계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최근 차박 성지마다 쓰레기 불법 투기 등 각종 문제로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한다. 밴플은 이 문제를 풀 해결책으로도 눈길을 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차박지에 화장실이나 수도 등 필요한 인프라를 깔고 안정적인 예약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면 역으로 차박족을 관광산업으로 흡수할 수 있어요. 차박으로 갈등을 빚는 동네가 앞으로는 차박으로 먹고 사는 동네가 되는 거죠." 밴플이 지금까지 직접 구축한 차박지는 현재 13곳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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