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송현오 딥메트릭스 대표/사진=남미래 기자올해 초 방영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속 주인공 백강혁(주지훈 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현실의 병원에선 중환자실은 환영받지 못한다. 중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은 중환자실 입원기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환자 역시 장기 입원할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일반 병동으로 빨리 옮기는 게 좋다. 하지만 중환자 전문의 1명이 20~30명의 환자를 관리할 정도로 손이 부족해 환자 상태에 맞춘 집중 치료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딥메트릭스는 이 문제를 AI 기반 인공호흡기 자동조절 솔루션으로 풀고 있다. 중환자실 핵심 장비인 인공호흡기를 전문의 수준으로 제어해 환자의 상태를 관리하고, 회복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송현오 딥메트릭스 대표는 "중환자실 업무의 80%는 전자의무기록(EMR)을 보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이라며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자 상태를 신속히 반영하는 것이 딥메트릭스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중환자 입원 하루당 40만원 손해…환자·병원 모두 이득"
━
딥메트릭스 개요/그래픽=이지혜인공호흡기는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신해주는 장치로 환자의 호전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문제는 전문의 부족으로 섬세한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퇴근 전 산소량을 넉넉히 세팅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재원 기간을 늘려 병원과 환자 모두에 부담이 된다. 송현오 대표는 "미국에서는 중환자실 환자 1명당 하루 6700달러, 한국은 약 4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폐질환 등 합병증으로 사망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딥메트릭스는 AI가 인공호흡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밴트 어시스트'를 개발했다. 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혈액검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인공호흡과 관련된 변수들을 파악해 적절한 설정값을 제안하는 게 특징이다.
송 대표는 "인공호흡기 설정값만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수치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도 제안해 신뢰도를 높였다"며 "자체 시험 결과 중환자실 입원기간은 약 1.1일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韓·美 인허가 추진…중환자실 의료기기로 확장"
━
딥메트릭스의 밴트 어시스트 솔루션 화면/사진제공=딥메트릭스딥메트릭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데이터에 있다. 회사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의 4년치 데이터를 확보해 초 단위 환자 반응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기존 30분 단위 기록으로는 약물 투여와 환자 상태 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초 단위 데이터로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딥메트릭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1~2년 안에 신의료기술평가로 의료기기 인허가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드노보 트랙을 목표로 3년 안에 인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인공호흡기를 넘어 중환자실 의료기기의 AI 자동 조절 솔루션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중환자실 의료기기는 크게 인공호흡기, 약물주입장치, 투석기, 생체신호 모니터로 구성된다.
송 대표는 "인공호흡기 이후에는 약물주입장치, 투석기, 생체신호 모니터 순으로 중환자실 의료기기 전문 AI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각종 의료기기 설정을 최적화해 의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