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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허브의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이진우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 박수정 CFO(최고재무책임자), 김재설 CEO(최고경영자), 김상윤 CDO(최고데이터책임자) /사진=크로스허브올해 초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한국에 왔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K팝 공연이나 맛집 예약을 하려면 휴대폰 번호 기반의 본인인증이 필요해 실패했다는 경험담이었다. 글에는 수십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일부 택시나 배달 플랫폼이 회원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비회원이어서 비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만 활용되는 '본인인증(신원인증)' 방식이 외국인의 한국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스타트업 크로스허브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신원인증 솔루션 '아이디블록'을 개발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성을 높이고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솔루션으로 국내 이동통신사 가입 정보 기반 신원인증 솔루션 '패스'를 대체한다는 목표다.
김재설 크로스허브 대표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637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한국 특유의 신원인증 방식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며 "아이디블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제약 없이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나아가 내국인도 해외에서 손쉽게 현지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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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보안 '영지식증명' 기술…"패스인증 대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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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허브 개요/그래픽=김현정아이디블록의 신원인증은 '영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이라는 암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열쇠를 보여주지 않지만,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맞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증명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를 활용하면 '본인이 맞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 정보는 아예 열람되지 않는다"며 "기존 인증보다 정보가 더 안전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보안 수준이 높지만 사용자들의 이용 방식은 기존 신원인증과 동일하다. 최초 1회만 이메일·여권·얼굴 등으로 인증하면 이후 신원인증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의 얼굴·지문 인식으로 인증을 진행하면 된다.
크로스허브는 아이디블록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솔루션 '비페이'도 개발하고 있다. 알리페이·아마존페이·페이팔 등 해외 결제 시스템을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이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국내 결제 시스템을 해외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로스허브의 기술력을 먼저 알아본 곳은 금융권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을 통해 아이디블록을 선발해 우리은행 등 그룹 계열사들과 외국인 고객 신원인증 솔루션 PoC(개념검증)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DGB금융그룹, IBK기업은행 등도 아이디블록 사용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국내 200여개 대학 인증서 발급 서비스 기업, 울산항만공사 등과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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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출해 시장 선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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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크로스허브크로스허브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베트남·싱가포르·라오스·태국 등에서 성과가 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기준으로 해외에서만 20만명의 사용자가 아이디블록에 신분을 등록했다"며 "특정 국가에서 아이디블록이 보편적인 신원인증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경우 한국인들이 해당 국가를 방문했을 때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스허브는 앞으로 일본, 북미 등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의 페이팔·스트라이프, 일본의 HIS그룹 등과 PoC(개념검증)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금융 디노랩과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을 통해 대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스타트업이 해외를 공략할 땐 대기업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크로스허브를 글로벌 대표 신원인증 서비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한국이 IT 강국이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이 된 서비스는 없다"며 "크로스허브가 그 첫 번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