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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주라기 공원', 70살 교수의 아이디어에 6000억원이…[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10.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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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다양성 보전'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매머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머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명 SF(공상과학) 소설 주라기 공원에서 출발한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에 4억3500만 달러(611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스타트업 창업가 벤 램,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가 2021년 설립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콜로설) 이야기다.

70세 처치 교수는 헬리코박터 균 유전자 서열과 인간 유전자 염기 서열 결정 방법을 규명한 DNA 해독 분야 최고 전문가다. 어려서 주라기 공원을 읽고 자랐다는 처치 교수는 선사시대 매머드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고 2008년 매머드 유전자 서열 연구에 착수했다. 처치 교수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투자)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가들 시각은 달랐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는 2013년 처치 교수의 강연을 듣고 10만 달러(1억4000만원)를 후원했다. 43세 나이로 이미 5개의 스타트업을 설립·매각한 베테랑 창업가 벤 램 콜로설 공동 창업자는 2019년 처치 교수의 연구를 기사로 접한 뒤 사업을 결심했다.

매머드 부활을 머릿말로 앞세웠지만, 콜로설의 진짜 사업 분야는 멸종 위기종 보호, 멸종 동물 복원을 통한 생물 다양성 보존이다. 지난 4월 콜로설은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다이어 울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만2500년 전 멸종한 다이어울프는 몸 길이 최대 1.8m, 몸무게 최대 70kg에 달하는 대형 늑대다.

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편집기술로 탄생한 다이어 울프 로물루스와 레무스. 왼쪽이 생후 1개월 차, 오른쪽이 생후 3개월 차 모습./사진=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보도자료
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편집기술로 탄생한 다이어 울프 로물루스와 레무스. 왼쪽이 생후 1개월 차, 오른쪽이 생후 3개월 차 모습./사진=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보도자료
영화 주라기 공원처럼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몸에서 공룡 혈액을 뽑아내 공룡을 복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다이어 울프의 유해를 통해 유전자 서열을 파악한 뒤, 기존 회색 늑대의 유전자를 다이어 울프 유전자와 일치하도록 재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정확히는 다이어울프 종이 아니라 1만 년 넘게 관찰되지 않았던 다이어울프의 유전 특성(하얀 털과 큰 골격, 이빨 등)을 복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지만, 멸종 동물 복원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콜로설은 다이어 울프 외에도 인간 사냥 때문에 1936년 멸종한 태즈메니아 주머니늑대, 모리셔스에 서식하다 17세기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도새, 뉴질랜드에 서식하다 16세기쯤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조류 모아(Moa) 복원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매머드 부활 연구와 관련해서는 실험용 쥐의 유전자를 편집, 매머드처럼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털복숭이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편집 기술로 탄생한 털복숭이 생쥐. 매머드처럼 북슬북슬한 털을 갖고 있다. /사진=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보도자료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편집 기술로 탄생한 털복숭이 생쥐. 매머드처럼 북슬북슬한 털을 갖고 있다. /사진=바이오테크 콜로서스 보도자료
콜로설은 각국 정부들의 요청을 받아 멸종 동물 복원, 멸종 위기종 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해당 국가의 관광수입 등을 공유받는다는 수익 구조를 구상 중이다. 램 공동 창업자에 따르면 이미 두 개 국가 정부가 콜로설과 사업을 논의 중이다.

이 중 하나는 암컷 부족 현상과 한 해 중 한 철에만 번식하는 습성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로설은 계절과 상관없이 번식 가능하도록 암컷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계획이다. 램 창업자는 "정부 계획에 따르면 25년간 3억5000만 달러를 들여도 해당 종은 멸종할 가능성이 있다"며 "콜로설은 멸종 위기종 보호는 물론 정부 계획보다 기간을 20년 단축하고 예산을 수억 달러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생명을 조작하는 일인 만큼 비난이 없지는 않다. 콜로설은 멸종 동물 복원이 아니라 유전자 변형 동물을 생산할 뿐이라는 지적, 매머드처럼 자연히 멸종한 동물까지 복원하려 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지적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콜로설은 옛 다이어 울프가 아닌 일반 늑대의 유전자를 조작해 탄생한 동물이더라도, 다이어 울프의 특성과 행동을 보이며 부모와 같은 새끼를 낳을 수 있다면 충분히 종 복원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 베스 샤피로 콜로설 CSO(최고과학책임자)는 "이런 정의에 따르면 (콜로설이 만든) 매머드, 다이어 울프도 매머드, 다이어울프에 해당한다"며 "해당 생물의 핵심 특징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동물 멸종 문제가 심각한 지금, 종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지구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콜로설은 지난 2월 진행된 공개 투자모금에서 2억 달러(2810억원)를 유치했다. 세계적 부호 토마스 툴·마크 월터가 설립한 400억 달러(56조원) 규모 투자회사 TWG글로벌, 페이스북 첫 투자자로 유명한 브레어 캐피털, 테슬라·스카이프 투자로 성장한 벤처캐피털 드레이퍼 어소시에이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기업가치는 10억2000만 달러(1조4330억원)로 평가됐다. 포브스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했음에도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설명과 함께 "투자자들은 현재 사업 상황보다 미래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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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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