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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살까지 살 것" 시진핑의 말, 실현될까…해외서 '화제' 이 회사[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09.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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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 조절해 수명 연장할 의약품 개발 중인 스타트업 '로열', 포브스 '미래 억만장자 2025' 선정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로열
/사진=로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이식을 통해 150세까지도 살 수 있을 거라는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간의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해외에서는 반려동물로서 인기 많은 강아지의 수명을 늘리려는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언젠가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것을 지켜봐야 하는 주인도 이들의 건강 및 장수를 바라마지않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로열'(Loyal)은 반려동물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킬 의약품을 개발한다.

현재 30세인 셀린 할리우아가 2019년 설립한 이 회사는 반려견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알약, 주사약을 개발 중이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미 식품의약국(FDA)과 협상 중이다. 지난 2월 FDA 수의학센터는 로열 의약품에 생명 연장 효능을 기대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FDA 최종 허가를 받으려면 명백한 악효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등 여러 요건을 더 갖춰야 하지만, 초기 진입 장벽은 넘은 셈이다.

'로열'은 두 가지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한다. 하나는 대형견으로, 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대형견의 기대수명이 소형견보다 많이 짧은 현실을 바꾸려 한다. 로열이 개발 중인 약품은 이 성장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대형견의 기대수명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체는 또한 크기와 관계 없이 노령견의 건강한 노화에도 연구의 초점을 둔다. 노령견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 부신피질기능항진증 등 여러 질환을 겪는다. 로열은 노령견의 호르몬 분비와 신진대사 기능을 조절해 노년을 건강히 보내도록 하는 알약도 개발 중이다.

반려견의 수명과 삶의 질 지수 예상치를 각각 가로축, 세로축으로 표현한 그래프. 빨간색 곡선이 일반적인 일생을 보내는 반려견의 수치. 파란색 곡선은 로열 제품을 복용한 반려견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삶의 질 수치./그래프=로열
반려견의 수명과 삶의 질 지수 예상치를 각각 가로축, 세로축으로 표현한 그래프. 빨간색 곡선이 일반적인 일생을 보내는 반려견의 수치. 파란색 곡선은 로열 제품을 복용한 반려견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삶의 질 수치./그래프=로열
로열은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이 없다. 그럼에도 포브스가 이달 선정한 '미래의 억만장자 스타트업 2025'에 선정된 것은 베인 캐피털, 퍼스트 라운드, 코슬라 벤처스 등 유명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총 1억3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 기업가치는 4억25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측정됐다.

포브스는 미국 수의사협회 자료를 인용,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6000만 가구가 9000만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가구가 반려견에 지출한 비용은 연 평균 1852달러(약 255만원)로 추산됐다. 포브스는 로열 의약품이 FDA 승인을 획득한다면 단기간에 수억 달러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로열이 AI(인공지능) 기업이 아님에도 올해 스타트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창업자 할리우아는 동물원 사육사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란 그는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와 개 여러 마리, 다람쥐, 거북이, 새를 키우며 자랐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그는 뒤늦게 과학을 향한 열정을 느꼈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으로 진학해 유전자 치료 분야 박사 학위 과정을 밟았다. 주요 관심사는 예방 치료와 생명 연장 분야였다.

옥스포드 수학 중이던 2018년 할리우아는 생명연장 분야 벤처캐피털 롱제비티 펀드, 네슬레 퓨리나 연구소에 등을 거치면서 유전자 치료, 칼로리 조절 등을 통한 동물 수명 연장 연구를 접했다. 퓨리나는 네슬레 계열 반려동물 식품 기업으로, 반려동물 전문 연구소를 운영한다. 할리우아의 팔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머리, 쥐의 얼굴, 회충의 몸통을 새긴 문신이 있는데 이는 생명 연장 연구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얻은 동물들이다.

반려견 수명연구 스타트업 '로열' 창업자 셀린 할리우아. /사진=로열
반려견 수명연구 스타트업 '로열' 창업자 셀린 할리우아. /사진=로열
옥스포드를 중퇴한 2019년 할리우아는 반려견 복제 스타트업을 구상하던 지인과 대화하다 반려견 생명연장 스타트업을 떠올렸다. 할리우아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이 생물학(리트리버와 쥐, 회충을 대상으로 한 생명 연장 연구)은 수십 년 동안 존재했지만 아무도 약으로 만들지 못했다"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2살 된 로트와일러 견종 델라를 키우는 할리우아는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하나는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약품 값을 비싸게 책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할리우아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0.1% 확률이라도 사망할 확률이 있는 약은 내 반려견에게 투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 의약품으로 폭리를 취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가 예상하는 약품 값은 한 달에 150달러 선. 심장사상충 약과 관절염 주사 비용의 중간쯤 되는 가격이라고 한다.

로열 의약품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임에도 반응이 뜨겁다. 미국 70곳 이상의 동물병원을 통해 1300마리의 반려견들이 임상시험 대상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오리건 주 마운트 후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제이미 휴스턴은 자신의 동물병원에 다니던 반려견 105마리가 임상시험 대상으로 등록됐다면서 "노령견을 키우는 견주 10명 중 9명은 연구 참여를 원한다"고 했다.

할리우아는 반려견 생명 연장이 실현된다면 인간 생명 연장에 대한 연구도 한층 힘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수의사로부터 반려견 수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약을 구할 수 있게 된다면 일반 대중은 깜짝 놀랄 것"이라며 "우리 할머니도 이렇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길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지금 세상이 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이 수명을 정복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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