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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음료제조공장, 컨베이어를 따라 흐르는 스포츠음료캔 위로 특수 AI(인공지능)머신비전 카메라가 지나가며 예리한 시선을 보낸다. AI 에이전트는 제품의 라벨 누락, 중량 편차, 외형 손상 여부를 3차원으로 실시간 감지하고, 결함이 있는 제품은 자동 선별해 별도의 공간으로 내보낸다.
이 스마트제조 시스템은 식품 제조업에 특화된 디지털전환(DX) 플랫폼 기업 에스엠해썹(SMHACCP)이 구축한 것이다. 단순한 스마트팩토리 수준을 넘어 최근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자율제조 체계, 즉 AX(Autonomous X)를 구현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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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업, '비표준화' 난제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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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묵 에스엠해썹 대표는 식품 제조업의 본질적 특성으로 '비(非)표준화'를 꼽는다. 그는 "식품 제조는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처럼 소품종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라며 "소비자 반응이 저조하면 금세 단종되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공정을 표준화하기 어렵고, 자동화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식품업계는 DX 속도가 더딘 대표 산업군에 속한다. 여기에 국내 다수의 IT기업이 식품공정에 대한 이해 없이 DX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누적되면서 현장에서는 디지털전환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장 대표는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이 안에서 식품 분야의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기회를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에스엠해썹은 이를 위해 다양한 제조 현장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AX(Autonomous X) 플랫폼을 독자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단일 공정의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수주 단계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구조로 묶어낸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의 첫 단계에는 'AI 머신비전 검사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소비기한 표기의 오류나 이물질 혼입, 중량 편차와 같은 품질 결함을 실시간 감지한다. 이어서 'AI 품질분석 솔루션'이 가동돼 생산 과정에서 수집된 온도·습도·RPM·시간 등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품질 편차나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해 불량률을 최소화한다.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스마트 HACCP 관리 시스템'도 포함돼 있다. 이는 식품 안전관리 인증 공정을 자동화하고 표준화해 인력 의존도를 크게 낮춘다. 또 'SM-MES'(통합 생산관리시스템)를 통해 생산 계획, 재고,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다. 제품 외형과 브랜딩을 담당하는 '라벨 플랫폼'은 라벨 디자인, 출력, 관리까지 일괄 처리하며, '로봇 연동 자동화 시스템'은 포장·박스 적재·송장 출력 및 부착 등 물류 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AI 에이전트 기반 자율제조 시스템이다. 각 공정별로 배치된 AI 에이전트가 생산 계획을 세우고, 품질 기준을 판단하며, 설비 조건을 조정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하면 즉시 조치를 실행한다. 장 대표는 "이 플랫폼은 숙련된 작업자가 없어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공장장과 베테랑 작업자의 손과 눈이 맡아오던 역할을 AI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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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AX 내재화, SaaS 모델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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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해썹 기술팀은 DX 그룹과 AX 그룹으로 나뉜다. DX 그룹은 설비 데이터 수집·인터페이스 설계를, AX 그룹은 AI 모델 개발·고도화를 담당한다. 장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이 DX 또는 AX 중 하나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두 축을 모두 내재화하고 있다"고 했다.
플랫폼은 월 30만원대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로 제공돼 중소 식품기업도 부담 없이 도입 가능하다. 고령 작업자와 외국인 근로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단순화했다.
그 결과 2023년 매출은 16억5000만원, 올해 예상 매출은 41억원으로 늘었다. 2028년에는 250억원 규모로 매출을 키운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50여개 고객사, 1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대표 고객사로 삼양사, 도드람푸드시스템, 샘표식품, 코주부비앤에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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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서 전 산업으로, 'AI 팩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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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 '에스엠해썹'은 초기 '스마트 HACCP' 시장에 집중했던 전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장 대표는 "화장품, 바이오, 제약 등도 식품과 유사한 제조 공정을 갖는다"며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제조(AI + Manufacturing)'를 줄인 'AI 팩처(AI-Facture)'라는 새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에스엠해썹은 현재 국내 대기업 P사와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P사가 보유한 150여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공장을 AX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장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대규모 공정에 적용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동남아 제조업은 비표준 공정이 많아 오히려 우리의 AI 자율제조 시스템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조업 혁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