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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홍 로민 대표/사진=박기영 기자앞으로 우체국에서 택배나 우편물을 보내기 위해 줄 서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우편물 접수 업무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간소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간소화 서비스의 핵심에는 소포 접수용지·예금 수기문서 등 5종 문서 유형에 특화된 인식 모델을 개발한 문서 AI 전문 스타트업 로민이 있다. 로민은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우정사업본부와 개발 모델에 대한 실증사업을 진행, 연내 우체국 100개 창구에서 해당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실증 과정에서 로민의 문서 인식률은 95%를 달성했으며 인식된 데이터의 94%는 별도 검수 없이 즉시 실무 활용이 가능했다. 지난 1월에는 우정사업 디지털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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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과정 확 줄인 텍스트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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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민은 2018년 5월 강지홍 대표가 설립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실무를 경험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서울대 컴퓨터 영상) 과정을 밟은 것이 직접적인 창업 계기가 됐다.
강 대표는 "회사에서 처음 접한 딥러닝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딥러닝과 학교에서 배웠던 컴퓨터 영상 기술을 결합하고 싶어 회사를 관두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사 과정 중에 여러 과제를 진행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로민은 창업 첫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인공지능 R&D 챌린지'에서 딥페이크 탐지 부문 2위로 장관상을 받으며 4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따냈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초기 창업 자금이 됐다. 이외 다양한 국책과제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해왔다.
로민의 주요 서비스는 AI기반 고성능 문서 데이터 처리 솔루션 '텍스트스코프'다. 텍스트스코프는 OCR(이미지 텍스트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손글씨, 문맥, 문서 구조를 함께 이해하는 고도화된 AI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PDF나 이미지 등에서 글자를 인식해 데이터로 변환할 때 문자 외에 제목이나 부제목, 표 등 형식은 가져올 수 없어 전체적인 맥락이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텍스트스코프는 제목·부제목·표 등 문장의 구조를 각주처럼 라벨링 해 정형화된 데이터로 만들어준다. 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한 글자까지 문맥으로 유추해 채워넣는다.
이 솔루션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다른 AI 서비스의 '로데이터'로도 활용 가능해 'AI를 위한 AI'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텍스트스코프는 단순한 글자 추출이 아니라 문서의 맥락까지 인식한다"며 "LLM(거대언어모델)에 데이터를 넘길 때도 훨씬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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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와 속속 계약…무역 업종 서비스 개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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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텍스트스코프는 금융권(보험사·증권사·은행)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서버형 솔루션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버전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기준 총 46건의 계약이 이뤄졌고 누적 매출액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강점은 대용량 데이터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스코프 도입으로 흥국생명은 평균 1~2일 소요되던 보험금 청구접수를 10초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4.8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였다. 이는 2023년 상반기 생명보험협회 공시 기준 업계 최단 시간 수준이다.
로민은 올해 NH농협의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선발돼 각종 지원을 받고있다. 또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지만 조만간 5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 확장을 위한 R&D(연구개발) 인력 확충 목적이다. 인력 확충을 통해 무역 업종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개발과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강 대표는 "무역업은 영어 사용 빈도가 높고 이메일 교류가 많은 만큼 AI 수요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문서 AI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