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최고 딥테크(첨단기술) 경연장으로 주목받는 '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이 오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 DGIST, UNIST, GIST, 포스텍이 주최하는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R&D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네 번째다. 올해 대회 결선에는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팀·창업진흥센터 내부심사와 유니콘팩토리가 별도로 선정한 10명의 심사위원의 집중심사를 거친 교원창업 5개팀과 학생창원 5개팀, 총 10개팀이 올랐다. 결선에 오른 대학별 창업팀의 팀구성, 기술력, 사업성 등 면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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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픈지 10분만에 콕 짚어낸다…AI 통증 검사기 글로벌 도전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원창업기업 '포피엠엑스' 안진웅 대표 "AI 활용해 통증 진단 새 표준 만든다"
/사진=포피엠엑스 회사소개 영상 갈무리"얼마나 아픈지 1~10으로 말해주세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통증은 사람마다 느끼는 기준이 달라 환자가 "많이 아프다"고 해도 의사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증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출발한 포피엠엑스(4PMX)다. DGIST 학제학과 안진웅 교수(대표)를 중심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의헌 교수(CTO),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동아 교수(CMO)가 뭉쳐 2023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포피엠엑스가 만든 핵심 제품은 '페인미터큐(Pain Meter Q)'와 '페인디솔버(Pain D-solver)'다. 페인미터큐는 통증을 여러 방식으로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기다. 시중에 있는 통증진단 장비를 활용하면 1시간 정도 걸리는 통증 검사 시간을 10분만에 끝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페인 디솔버는 측정된 정보를 AI를 활용해 분석해 통증의 정도와 종류를 보여주는 보조 도구다. 단순히 수치로 통증의 정도를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통증의 위험 정도, 어떤 종류의 통증인지 등 상세한 내용을 살필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 간 편차를 줄일 수 있는 독자 기술도 갖추고 있어 통증 정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안 대표는 "기존 통증 검사는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는 다원 검사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AI가 1분 안에 진단까지 돕는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비즈니스 모델은 기기 판매와 AI 구독 서비스 결합 방식이다. 페인미터큐 기기값은 약 2500만원으로 기존 장비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페인디솔버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된다. 강남의 대형 한의원에도 연구용 제품을 납품했다. 한의원에서는 침술·한방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 중이다.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뉴럴 엔지니어링 콘퍼런스에 참가한 뒤 현지 대학과 함께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추진한다. 향후에는 소비자용 웰니스 기기로 확장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부착형 소형 기기를 개발해 가정에서도 혈압계처럼 통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혈압계처럼 집에서 비치하고 쓸 수 있는 통증 관리 디바이스를 만들 것"이라며 "의료기기에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B2C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증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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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치료할 12개 후보물질 찾았다…AI 가상실험 놀라운 결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창업기업 '실리코팜' 지상호 대표 "신약개발 기간 획기적 단축, 이미 4개기관 공급"
오믹스 생성 인공지능 솔루션 KnockG /사진=실리코팜 홈페이지 갈무리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뇌 질환이나 신경질환은 임상 시료를 확보하기 어려워 개발 기간이 더 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실험 대신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실험으로 신약 후보를 발굴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 창업 기업 실리코팜은 생명과학 연구용 AI를 개발하는 회사다. 2021년 뇌과학 박사과정 학생들이 뭉쳐 창업에 나섰다. AI를 활용해 가상 실험을 진행하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코팜을 이끄는 지상호 대표는 DGIST 뇌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실리코팜의 핵심 기술은 오믹스(Omics) 데이터 생성이다. 오믹스는 생명과학에서 총체적 접근을 의미하는 용어다.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유전체학과 같은 분야를 통칭한다. 세포 속 유전자 정보 등을 AI를 활용해 분석하고 실제 실험 없이 데이터를 생성, 연구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험으로 얻기 어려운 복잡한 연구도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연구자가 특정 약물의 세포 반응을 알아보려고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결과를 예측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연구 시간과 비용은 줄이면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 수만 개 이상의 유전자 변화를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복잡한 연구도 AI로 처리 가능하다.
지 대표는 "30대 환자가 40대가 될 때 오믹스 데이터를 생성해달라고 입력하면 예측 결과가 나오고, 신약을 적용했을 때 임상시험 결과도 데이터로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코팜은 해당 솔루션을 활용해 루게릭병, 비소세포성 폐암 등 질환에서 AI 예측 결과를 얻었고 이를 한국뇌연구원 등과 함께 검증을 마치기도 했다. 루게릭병 연구에서는 수만 번의 가상 실험을 통해 7개의 새로운 치료 목표와 12개의 후보 물질을 발굴,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파트너사를 탐색하고 있다. 비소세포성 폐암 연구에서도 1개의 유효 병용투여 후보물질을 확인했다.
실리코팜의 솔루션은 연구자가 데이터를 올리면 AI가 이를 분석해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연구자용 웹 애플리케이션 '녹지(KnckG)'를 통해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프리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화 모델로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지영실리코팜의 솔루션은 현재까지 4개 기관에 공급돼 12건 이상의 실험 검증에 사용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관과 컨소시엄 단위 매출을 늘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사업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AI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병원, 제약사,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리코팜은 2019년부터 연구실 단위 협업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오믹스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시켰으며 이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고도화해왔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법인 설립 직후 팁스(TIPS) 과제에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삼성전자(89,000원 ▲3,000 +3.49%)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13기 C랩 기업으로도 뽑혔다. 올해는 오라클의 개념증명(PoC) 과제에도 선정돼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 대표는 "기존의 리소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겨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파운데이션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로 사전학습돼 다양한 분양에 특정 작업에 맞게 적용될 수 있는 AI 모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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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10개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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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진출팀/그래픽=김지영한편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전국 5곳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카이스트·디지스트·유니스트·지스트·포스텍)이 주최하는 대회다. R&D(연구개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네 번째다.
각 대학의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팀·창업진흥센터 내부심사 및 유니콘팩토리가 별도 구성한 심사위원들이 IR덱 등을 토대로 엄선, 교원·학생창업 부문당 5개씩 총 10개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교원창업은 △셀리아즈(KAIST) △포피엠엑스(DGIST) △티케이메디컬솔루션(UNIST) △엘브이비(GIST) △셀닛(포스텍), 학생창업은 △나노포지에이아이(KAIST) △실리코팜(DGIST) △스트롱라이프(UNIST) △이카루스(GIST) △프린세라바이오(포스텍) 등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등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임원과 L&S벤처캐피탈, 에코프로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등 VC,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AC(액셀러레이터)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교원·학생창업 중 대상 각 1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을 받는다. 대상팀은 △후속 투자유치 연계 △팁스 추천 등 추가지원도 받는다. 우수상, 장려상 각각 2팀에게는 시상과 더불어 상금 100만원, 50만원을 지급한다. 유니콘팩토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R&D의 사업화와 기술이전을 촉진하고 지역의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