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최고 딥테크(첨단기술) 경연장으로 주목받는 '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이 오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 DGIST, UNIST, GIST, 포스텍이 주최하는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R&D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네 번째다. 올해 대회 결선에는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팀·창업진흥센터 내부심사와 유니콘팩토리가 별도로 선정한 10명의 심사위원의 집중심사를 거친 교원창업 5개팀과 학생창원 5개팀, 총 10개팀이 올랐다. 결선에 오른 대학별 창업팀의 팀구성, 기술력, 사업성 등 면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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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손상돼, 천천히 실명" 절대 못고친다? '망막 재생' 방법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창업기업 '셀리아즈' 강경화 대표 "재생 못하던 사람 망막 되살릴 것"
셀리아즈(Celliaz) 개요/그래픽=윤선정 # 노화나 퇴행성 원인으로 망막이 손상되는 질환이 고령화 시대 건강을 위협한다. 망막은 나이가 들거나 질병에 따라 점차 손상을 입고, 이로 인한 시력악화나 상실은 속도를 늦출 뿐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망막세포 재생이 불가능한 건 지금까지 그랬을 뿐"이라고 말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꿈의 기술을 만들어 가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기반 바이오 스타트업 '셀리아즈'다.
어류나 양서류의 망막은 재생되지만 포유류의 망막은 재생되지 않는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밝히려 연구를 계속했다. 마침내 사람의 망막세포도 손상을 입으면 복원(재생)되려 하지만 특정한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 재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록스1'(PROX1)으로 명명된 이 단백질의 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 망막세포 재생도 가능한 셈이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진우 교수팀의 성과다.
이 팀에 몸담고 있던 강경화 대표는 "망막 발달과정에서 순환되는 특정 단백질이 세포간에 이동하며 발생하는 변화를 관찰했고, 이 단백질들이 손상된 망막에서 새로운 세포 재생을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원리를 적용한 치료제로 '망막의 픽셀'을 복원하면, 망가진 TV화면의 검은 자리가 다시 밝아지듯 시신경이 살아난다" 고 밝혔다.
김 교수팀 원천기술은 2019, 2020년 KAIST 내부 평가에서 '최우수' 기술로 선정됐다.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하기보다 직접 창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연구실에서 멈추지 말고 창업해보라"는 KAIST 측의 권유와 적극적 지원도 한 몫했다. 그렇게 2022년 셀리아즈가 태어났다. 회사명은 세포(cell)라는 영어와 치료(lama), 재생(zao)이라는 그리스어를 조합한 것으로 '세포를 재생해 치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교수팀은 망막색소변성증 등 각종 망막질환을 동물모델에 적용했다. 퇴행된 망막에 프록스1 항체 유전자를 주입하자 조직 재생뿐 아니라 6개월 이상 정상 시력이 유지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시각 손실의 속도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기존 망막질환 치료제의 범위를 넘어 새 치료제가 시력 회복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퇴행성 망막질환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빠르게 성장, 2030년에는 6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조사도 있다. 이와 별도로 반려동물 치료 영역으로도 확장 가능하다. 반려동물 역시 인간과 유사한 망막질환을 겪기 때문이다. 셀리아즈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강 대표는 "망막세포에 손상 시그널(신호)이 오면 재생 프로그램이 작동해야 하는데 특정 단백질이 이를 막고있던 것"이라며 "이 단백질 이동을 억제하면 원래의 재생 메커니즘이 돌아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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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걸리던 신소재 R&D, 한달만에 뚝딱…20대 혁신가들 일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창업기업 '나노포지에이아이' 김동현 대표 "신소재 후보물질 찾기, 자동화로 공정 개선"
김동현 나노포지에이아이 대표/사진=나노포지에이아이 #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등 딥테크 분야는 신기술만큼이나 신소재를 찾는 것도 핵심 과제다. 신소재 개발 R&D(연구개발)는 많은 인력이 수년간 매달려야 될까말까 한 난제다. 이 기간을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그만큼 비용도 줄이는 솔루션에 청년 연구자들이 도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20대들이 뭉친 '나노포지에이아이'다.
반도체용 세라믹 등은 결정 구조 내에 불순물 넣어서 물성을 끌어올리는 접근법이 다수다. 다만 불순물이 얼마나 들어갔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로 해보지 않고 학습하기는 어려웠다. 나노포지에이아이는 AI(인공지능)로 다양한 결정구조를 생성한 다음, 이것들이 안정적인지 또 원하는 물성에 도달하는 지 여부를 점검한다. 이를 통하면 후보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발굴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노포지에이아이는 이렇게 찾아내게 될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바탕으로 IP(지적재산권) 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효과적으로 신소재를 발굴하는 AI 시스템은 이미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많은 제조업 기업들이 AX(AI 전환)에 나섰는데 나노포지에이아이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포지에이아이(NanoForge AI) 개요/그래픽=윤선정김동현 나노포지에이아이 대표는 "기존 신소재 R&D는 연구자의 인사이트에 의존해 후보물질 하나하나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우리는 AI(인공지능)로 우수한 후보물질을 찾고, 로봇으로 이를 합성한 다음 후보물질 가능 여부를 검증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후보물질뿐 아니라 기존 공정을 개선하는 서비스도 관심을 받고 있다"며 "공정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실험이 필요한데 우리는 로봇과 AI로 진행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것보다 10~15배 빨리 필요한 데이터포인트를 생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 R&D 시스템을 역량으로 R&D 위탁협력 비즈니스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배재원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비롯해 공동창업한 동료들은 카이스트 학부 출신이다. 회사명의 '포지'(forge)는 금속을 가공하거나 앞으로 밀어붙인다는 여러 뜻이 있다. 나노 단위부터 재료를 만들고 도전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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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10개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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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진출팀 /그래픽=김지영한편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전국 5곳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카이스트·디지스트·유니스트·지스트·포스텍)이 주최하는 대회다. R&D(연구개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네 번째다.
각 대학의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팀·창업진흥센터 내부심사 및 유니콘팩토리가 별도 구성한 심사위원들이 IR덱 등을 토대로 엄선, 교원·학생창업 부문당 5개씩 총 10개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교원창업은 △셀리아즈(KAIST) △포피엠엑스(DGIST) △티케이메디컬솔루션(UNIST) △엘브이비(GIST) △셀닛(포스텍), 학생창업은 △나노포지에이아이(KAIST) △실리코팜(DGIST) △스트롱라이프(UNIST) △이카루스(GIST) △프린세라바이오(포스텍) 등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등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임원과 L&S벤처캐피탈, 에코프로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등 VC,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AC(액셀러레이터)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교원·학생창업 중 대상 각 1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을 받는다. 대상팀은 △후속 투자유치 연계 △팁스 추천 등 추가지원도 받는다. 우수상, 장려상 각각 2팀에게는 시상과 더불어 상금 100만원, 50만원을 지급한다. 유니콘팩토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R&D의 사업화와 기술이전을 촉진하고 지역의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