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감원→조직개편·최적화" 등 포장…"AI의 영향 위장"
듀오링고 "AI로 계약직 감원" 발표했다 여론 반발에 철회

최근 IBM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200명의 인사팀 직원을 해고하고 AI 챗봇으로 대체했다"고 밝혔고, 핀테크기업 클라느라의 세바스찬 시미아트코스키 CEO(최고경영자)는 CNBC에 AI를 도입한 결과 "직원 수가 약 5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IBM과 클라느라처럼 AI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을 인정하지 않으며, 주로 "조직개편, 구조조정, 최적화"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AI의 영향을 위장한 것일 수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크리스틴 잉게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AI 기반의 인력 구조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며 "'AI로 사람을 대체한다'고 말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인재관리 기업 앳워크그룹의 제이슨 레버런트 COO(최고운영책임자)도 "많은 기업이 이런 완곡한 용어를 방패막이로 삼는다"며 "AI와 감원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인력 감축을 더 광범위한 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규정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우회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직원들의 반발을 피하면서 AI 도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인력감축이 집중되는 부문은 콘텐츠, 운영, 고객 서비스, 인사 등 주로 AI의 역량이 강화되는 분야와 일치한다. 잉게 교수는 AI의 영향을 숨기려는 기업의 의도는 "전략적 침묵"이라며 "AI로 인한 대체라고 명확히 밝힌다면 직원과 대중, 심지어 규제기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언어학습기업 듀오링고의 루이스 폰 안 CEO는 올해 초 AI 도입으로 계약직 직원을 단계적으로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일부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잉게 교수는 "사람들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듀오링고가 엄청난 반발에 직면한 후, 다른 기업들은 듀오링고처럼 말하기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AI를 대놓고 내세우지 않는 것은 AI 전환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의 리스크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테일러 가우처 넥스트글로벌 부사장은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때로는 후퇴해야 할 경우도 있다"며 "AI가 90% 정도 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10%는 단기간에 대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용히 아웃소싱하거나 해외에서 고용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업들이 애써 숨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I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주의 41%는 "AI로 인해 향후 5년 안에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노동시장에서 AI의 역할이 명확해지고, 기업들이 투명하게 AI의 영향을 공개하는 시점이 온다는 분석이다. 잉게 교수는 "그때쯤이면 (AI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별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실업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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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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