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웨어러블 보행로봇 착용기
삼성 출신 로봇전문가들이 만든 '윔S'
"삶의 질 달라졌다" 시니어 사이 입소문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한계에 도달한 등산길에서 누군가 뒤에서 살짝만 밀어줘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젠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로봇만 있으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일반적인 보행부터 등산까지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시대다. 미래 첨단산업 현장에서나 쓰일 것 같은 로봇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삼성전자 로봇개발팀 출신 엔지니어 4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는 보행보조로봇 '윔'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상용화에 나섰다. 허리와 허벅지에 로봇 본체, 로봇 팔(스틱)을 연결해 착용하면 허벅지를 힘으로 들어 올려 적은 힘으로도 걸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이 제품의 원리로 100% 한국에서 제조한다.
걷기능력이 퇴화한 시니어,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싶은 젊은층, 고된 활동을 반복하는 작업자 등이 타깃이다. 시니어들 사이에선 "삶의 질을 바꿔놓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 체험센터는 예약이 꽉 차있다. 부모님 모시고 서울까지 원정 체험하고 싶다는 지방 거주자들의 문의도 잇따른다.
"내 걸음 문제 있었네"…단번에 이상신호 감지

윔S는 △에어모드(보행보조) △아쿠아모드(운동보조) △등산모드(오르막·내리막 보조) △케어모드(보행취약자 전용) 등 크게 4가지 모드로 구성돼 있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해 원하는 모드와 강도(1~3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착용자가 다리를 뻗으면 로봇이 0.2초만에 동작을 인식하고 도와준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어모드를 켜고 시험 보행을 하는데 오른쪽 고관절에 통증이 느껴졌다.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노트북 작업을 해 온 기자는 평소 신체 비대칭이 심한 편이다. 1개월 전엔 고관절 통증이 심해져 통증의학과 병원을 찾아 주사 치료를 했다. 통증이 사라져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보행보조로봇은 오른쪽 고관절을 사용하지 않는 기자의 안 좋은 보행 습관을 단번에 잡아냈다.
양쪽 고관절을 좌우 대칭으로 움직이는 것을 기본 궤도로 설정된 로봇의 보조에 맞춰 걷다 보니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던 오른쪽 고관절을 움직여야 했고 여기서 통증이 유발된 것이다. 체험을 도와준 윔 전문 트레이너는 "아프다고 계속 고관절을 쓰지 않으면 가용궤도가 점점 줄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보폭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속에서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의 아쿠아모드는 근력 운동 효과가 확실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처럼 허벅지에 저항감이 생겨 힘을 더 줘야 보행이 가능했다. 등산모드 중 오르막 보조 기능을 사용하니 건물 3개층을 오르는 데 허벅지가 당기지도, 숨이 차지도 않았다. 내리막 기능을 켜니 계단을 내려갈 때 다리 근력이 부족해 무릎이 꺾여 넘어지지 않도록 로봇 스틱의 힘으로 지탱해줬다. 보행속도가 느리고 보폭이 좁은 고령자나 환자 등 보행 약자를 위한 케어모드는 허벅지와 무릎을 더 쉽게 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봇과 연동된 스마트폰 앱에선 보행속도와 근력, 민첩성 등 데이터를 토대로 착용자의 보행능력을 분석해 준다. 에어모드와 아쿠아모드 등으로 구성된 인터벌 맞춤형 트레이닝(고강도 운동과 저강도 운동을 반복하는 훈련 방식) 프로그램도 있다.
윔S의 대당 가격은 279만원. 모터·배터리 등이 소모품이어서 반영구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소아마비 등 중증 장애가 있거나 스스로 일어서서 걷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품 구매 전 반드시 체험센터를 방문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기자 사진 송지유 부장대우 clio@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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