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음, 산업이 되다(上)
[편집자주] 과도한 경쟁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속마음 털어놓을 곳 없는 외로움이 정신을 병들게 한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플 땐 어찌할 지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졌다. 지친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리상담부터 수면관리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멘탈케어(정신건강) 산업을 짚어봤다.
① 연 300조 시장…심리상담부터 수면관리까지
코로나가 키운 멘탈 시장, 해외선 줄줄이 유니콘
마음 아픈 한국인…한국도 멘탈테크 급성장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직장 업무와 학업 스트레스, 불편한 인간관계 등으로 만성 불안·초조·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멘탈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비대면을 선호하는 시대적 트렌드가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맞물려 멘탈테크 기업들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선 멘탈케어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돈보다 마음"…열린 지갑, 커지는 시장

26일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멘탈케어 시장규모는 2326억달러(약 316조원)에 달한다. 2019년 1500억달러(약 203조원) 규모였던 시장이 4년새 55% 커졌다. 앞으로도 연평균 12.2% 성장세를 지속해 2028년 시장규모는 4140억달러(약 56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외를 막론해 멘탈케어 시장의 성장 분기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과거엔 마음의 병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상 최악의 팬데믹을 거치며 몸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체감한 사람들이 늘었다.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하고 멘탈케어 앱 등 기술이 발전한 것도 주효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수십년간 2곳에 불과했던 멘탈케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1년 만에 7곳으로 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멘탈케어 유니콘은 8곳이다. 라이라헬스, 스프링헬스, 모던헬스 등 글로벌 멘탈헬스 대표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 이용자들을 대거 확보하며 기업가치가 뛰어 단숨에 유니콘 대열에 올랐다.
◇휴대폰 속 전문가 '좋아요'…'멘탈테크' 각축

사업 분야별로는 아토머스·포티파이 등처럼 정신과 전문의나 전문 상담사와의 매칭을 돕거나 병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심리상담이 이뤄지는 플랫폼 앱이 인기다. 경력 등 소개글, 다른 이용자 후기 등을 살펴본 뒤 자신에게 맞는 전문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데다 상담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블루시그넘·마보 등 전문가 상담 없이 셀프 멘탈케어를 돕는 앱, 에이슬립·리솔 등 수면관리 앱도 있다. 앱 외에는 웨어러블·가상현실(VR) 등 하드웨어 기기, 스트레스나 불안 등을 낮춰주는 기능성 보조식품 등도 있다. SKT·KT·LGU+ 등 통신사, 삼성생명·현대해상·한화손보 등 보험사 등도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을 내놨다.
수요가 많은 시장에 투자도 몰렸다. 아토머스·와이브레인은 300억~400억원대, 에이슬립 등은 100억원대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냐"고 지적하며 정신건강 문제가 정책 과제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 관련 투자가 더 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직원 복지 및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멘탈케어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틀에 박힌 정책을 재탕, 삼탕하는 것으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심리상담 등 멘탈케어 항목을 보험 급여에 포함하든, 기업 대상 중대재해처벌법에 직원 정신건강 관련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추가하든 보다 명확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울해" 그래도 병원 안찾는 사람들...낙인 걱정 없는 '앱' 찾았다 ② AI 등 기술로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편견, 낮은 접근성 해소
와이브레인·아토머스·오웰헬스 등 멘탈케어 스타트업 두각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 중 주변에 상의나 상담 또는 병원 방문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에선 73%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의 4명 중 3명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정신건강 문제 치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27%)'이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 관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낙인과 편견, 낮은 접근성은 정신건강 관리의 오랜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멘탈테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VR(가상현실),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기술을 정신건강 관리와 접목한 형태로, 심리적 부담과 비용을 낮추고 실효성은 높이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멘탈테크(디지털 멘탈케어) 시장규모는 2023년 170억6000만달러(약 23조원)에서 2024년 201억달러(약 27조원)로 18.4% 성장했고 2030년 558억2000만달러(약 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감정을 다스리고 기록하는 앱 성장세

예를 들어 웰니스앱에는 명상앱, 숙면을 위한 사운드앱, 약물 복용 알림 앱 등이 있고 건강 모니터링·관리 툴에는 수면을 추적하거나 스트레스 관리용 스마트 패치 등이 포함된다. 수면장애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는 솔루션은 디지털 치료제에 속한다.
전세계에서 다양한 멘탈테크 기업들이 등장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명상앱인 '마보(마음보기)'는 2018년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60만회를 돌파하고 36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명상앱으로 성장했다.
사용자의 기분 상태와 상황에 맞춘 850개 이상의 다양한 명상과 숙면 콘텐츠를 제공하며 친숙하고 아기자기한 사용자 환경(UI)을 갖췄다. 임신 중인 여성을 위한 명상, 아이들을 위한 명상 등 다양한 대상에 맞는 명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명상 후 소감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국내외 명상 전문가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심리학자, 심리상담사, 신경정신과 전문의들도 추천하는 앱이다.
감정 기록 기반 앱도 성장세다. 포티파이의 '마인들링'은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앱에 기록하면 이를 기반으로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바이오 신호를 측정해 맞춤형 디지털 멘탈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기반 맞춤형 케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더욱 개인화되고 정밀한 프로그램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온라인 심리검사, 상담, 자기관리 프로그램을 통합함으로써 정신건강 관리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블루시그넘의 '하루콩'은 사용자가 콩 모양의 이모티콘을 통해 간단하게 하루의 기분이나 활동을 기록하고 월별 캘린더에서 감정의 흐름을 시각화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세계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해외 사용자 비율이 80% 이상에 달한다.
◇심리 상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낮추는 스타트업들

마인드카페는 비대면·익명 심리 상담 서비스를 통해 상담 센터 방문 없이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클라이피는 단순한 심리 상담을 넘어 내담자가 안고 있는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법률 서비스 연계까지 제공한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대학 출신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오웰헬스의 '인사이드'는 서울대 의대 출신 창업자와 심리학자가 개발한 디지털 CBT(컴퓨터 기반 시험) 프로그램을 앱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우울, 스트레스, 수면, 성인 ADHD, 번아웃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자가 진단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멘탈케어 코스와 워크북, 감정 기록, 감사 일기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필요시에는 비대면 심리 상담도 연계해 준다.
카이스트 출신들이 설립한 에이슬립은 수면 기술 분야 대표 기업이다. 복잡한 수면다원검사를 모바일로도 가능하게 할 만큼 수면 분석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수면의 질을 확인하는 앱 '슬립루틴'은 애플·구글·삼성·아마존 등이 개발한 기기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슬립케어 앱 '솜니아'를 운영하는 에스옴니도 수면 기술로 멘탈 헬스케어를 실현하고 있다. 솜니아는 다양한 근거 기반의 수면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스스로 수면과 기상, 취침 전 습관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AI 기반 인지훈련 소프트웨어 '코그테라'를 개발한 이모코그,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출시한 와이브레인, VR과 모션체어를 결합해 긴장감·불안감을 조절하는 의료기기 '마인드체어' 개발사 메디트릭스 등 다양한 멘탈테크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다만 전문가들은 멘탈테크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 치료사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구조로 멘탈테크가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예를 들어 AI는 자살 충동 같은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 전문가처럼 정밀하게 개입할 수가 없다"며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솔루션이 오히려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멘탈테크는 치료의 보조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이브레인
- 사업분야의료∙헬스케어
- 활용기술사물인터넷, 인공지능
- 업력***
- 투자단계***
- 대표상품***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송지유 부장대우 clio@mt.co.kr 다른 기사 보기
-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