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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즈 드 프레빌(Blaise de Preville) 인챈티드 툴스(Enchanted Tools) 글로벌 세일즈 총괄 /사진=최태범 기자"중국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주로 쿵후를 하거나 춤을 춘다. 우리가 지향하는 로봇은 장난감이나 게임용이 아니라 실제 삶에 유용한 존재다."
프랑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인챈티드 툴스(Enchanted Tools)에서 글로벌 B2B 세일즈를 총괄하는 블레즈 드 프레빌(Blaise de Preville) 매니저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테크 전시회 '비바테크 2026' 현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드 프레빌 매니저는 "우리는 인구 감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보다 비생산 인구가 더 많은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며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보완하는 존재가 될 것이고 그렇게 우리의 삶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설립된 인챈티드 툴스의 창업자 제롬 몽소(Jerome Monceaux) 대표는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공동 창립하고 나오(Nao)·페퍼(Pepper) 로봇을 만든 휴머노이드 분야의 연쇄 창업자이자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로봇 공학자다.
인챈티드 툴스는 창업과 동시에 1500만유로(약 26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하며 자본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프랑스 로봇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드 라운드로 기록됐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한화로 약 480억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자로는 프랑스 정부 산하 투자기관 비피프랑스(Bpifrance)와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를 비롯해 미국의 매스로보틱스(MassRobotics), AARP의 에이지테크 콜래버러티브(AgeTech Collaborative)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진=인챈티드 툴스인챈티드 툴스가 내세우는 무기는 만화 캐릭터를 닮은 휴머노이드 '미로카이(Mirokai)'다. 대부분의 휴머노이드가 금속 외장의 산업용 로봇 느낌을 풍기는 것과 달리 미로카이는 친근한 외형과 풍부한 표정으로 무장했다.
미로카이의 디자인은 명확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드 프레빌 매니저는 "사람들이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화 캐릭터처럼 디자인을 했다"며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있는 공간에 로봇을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의 경우 하드웨어를 먼저 만들고 로봇의 안에 어떤 성격을 넣을지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두 개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먼저 만들었고, 그다음 그에 맞는 하드웨어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미로카이는 이족보행이 아닌 '굴러가는 구체(Rolling globe)'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이동 방식을 채택했다. 26개의 자유도를 갖췄고 두 팔과 8개의 손가락으로 사물을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
드 프레빌 매니저는 "이족보행 로봇은 오른팔을 밀면 왼 다리가 저항해 이동시키기가 정말 어렵다"며 "반면 우리 로봇은 그냥 잡아서 옮기면 스스로 다시 균형을 잡고 작업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로봇에 탑재되는 AI 기술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인챈티드 툴스는 '제미나이 2.0' 휴머노이드 로보틱스의 신뢰 테스터(Trusted Tester)로 선정되며 물리 세계를 인식하는 역량을 확보했다.
그는 "과거에는 1분짜리 상호작용을 위해 인간이 어떻게 답할지 일일이 예측해야 했다"며 "지금은 AI와 연결해 무한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됐다. 로봇이 출입증을 읽거나 사물을 인식하고 안경을 찾는 사람을 돕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최태범 기자인챈티드 툴스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드 프레빌 매니저는 "주로 병원과 요양원에 로봇을 배치하고 있다"며 "리테일 매장과 공항에 공급한 사례도 있지만 최우선으로 집중하는 것은 요양원·실버타운 등 넓은 의미에서 돌봄(Care) 섹터"라고 했다.
실제 도입 사례도 쌓이고 있다. 미로카이는 파리 시내 병원에서 간호사 대신 마스크·약품을 전달하는 시범 운영을 거쳤고, 미국에서는 메더연구소(Mather Institute)와 함께 실버타운에서 사회적 동반자 로봇의 역할을 검증하는 파일럿 연구를 진행했다.
경쟁 구도에 대해선 "디자인과 움직임 측면에서 독보적이라 사실상 경쟁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굳이 꼽자면 '귀여운 로봇'들인데 디자인 자체로 매력을 끄는 로봇은 정말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휴머노이드 경쟁 속에서 유럽의 로봇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강점에 대해선 '데이터 주권'을 꼽았다.
그는 "기업 내부의 모든 것을 듣는 중국·미국산 로봇을 유럽 기업들이 도입하려 할지 모르겠다"며 "유럽 고객들은 지리적 접근성과 기술 지원 측면에서 우리와의 긴밀함을 더 선호한다고 본다"고 했다.
인챈티드 툴스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드 프레빌 매니저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한 곳의 파트너와 협력 중"이라며 "한국 박물관 내에 로봇을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여러 박물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챈티드 툴스가 지향하는 것은 기술 과시가 아닌 사람의 경험"이라며 "사람들이 로봇과 함께하는 경험을 쌓고 로봇이 작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해 사람들이 더욱 부가가치 높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