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를 조제 머신에서 해방하라"…AI로 약국 자동화 나선 '이곳'

송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6.06.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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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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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딜리티 박상언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메딜리티 박상언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약사들이 환자 케어와 복약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알약을 세고 조제하느라 정작 환자를 볼 시간이 부족하죠."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는 약국 현장의 문제를 이렇게 짚었다. 약사 출신인 그는 환자 케어가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루 대부분을 조제와 검수, 재고 관리 같은 반복 업무에 쏟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 역시 '조제 머신'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2020년 설립된 메딜리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회사는 AI (인공지능) 기반 알약 카운팅 솔루션을 시작으로 조제 검수와 재고 관리까지 약국 운영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약사들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약사가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창업한 지금도 박 대표는 약국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약국은 메딜리티 솔루션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실제 현장에서 제품을 사용하며 발견한 불편함과 개선점을 개발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앱에서 하드웨어로…약국 현장에 맞춘 진화


메딜리티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메딜리티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메딜리티의 출발점은 AI 알약 카운팅 앱 '필아이(PillEye) 포토'다. 사진 한 장으로 알약 개수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서비스다. 현재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만 80~9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앱이라는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약국 현장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재고 조사를 위해서는 알약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어 전체 개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조제 현장에서는 원하는 개수만큼 정확하게 덜어내거나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딜리티는 최근 약국 현장에 맞게 고도화한 하드웨어 결합형 솔루션을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0월 출시된 AI 알약 카운팅 기기 '필아이 프리즘'은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할 필요 없이 기기에 알약을 붓기만 하면 비전AI가 실시간으로 개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약사는 화면에 표시되는 수량을 보며 기기 위에서 필요한 개수만 남기고 초과된 알약은 기기에 부착된 다른 통으로 덜어내는 방식으로 정확하고 편리하게 조제할 수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검수 기능까지 탑재한 '필아이 스테이션'도 선보였다. 스테이션은 약국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조제 내역과 실제 약품을 대조·검수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지원한다

출시 이후 반응도 긍정적이다. 박 대표는 "프리즘은 지난해 말 초기 생산 물량 100여대가 모두 판매됐고 현재까지 반품 문의도 단 한 건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확도와 사용성 측면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즘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주요 병원 약제부에도 도입됐다.

박 대표는 필아이 프리즘과 스테이션의 강점으로 정확한 계산과 데이터 기반 기록 관리를 꼽았다.

과거에는 약사가 알약을 세고 조제하는 전 과정이 사실상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환자가 약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거나 조제 과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더라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AI 기반 알약 카운팅 시스템은 알약 개수와 조제 과정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약사와 환자 모두 조제 결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업무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조제 과정과 결과가 데이터로 남으면 업무 신뢰성을 높이고 약사와 환자 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 약국 체인 시장 문 두드리는 메딜리티


메딜리티 박상언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메딜리티 박상언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메딜리티가 주목하는 시장은 한국보다 미국이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처방약을 파우치가 아닌 개별 바이알(vial·약병)에 담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카운팅' 기술에 대한 수요가 크다.

박 대표는 "미국은 약국 자동화 시장 규모 자체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약국 체인과 대형 제약업체들도 자동화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메딜리티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지사를 세워 시카고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월그린스와 CVS 헬스 등 미국 대형 약국 체인 등을 대상으로 제품 검증과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메딜리티는 단순한 알약 카운팅 기업에 머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카운팅과 검수, 재고관리, 데이터 분석까지 연결해 약국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회사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환자 조제 오류 예방(파우치 검수) 관련 R&D(연구개발) 과제에도 선정됐다. 회사는 향후 5년간 파우치 조제 검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며 약국의 자동화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약사를 '조제 머신'에서 해방시키고 싶다"며 "약국의 운영체계(OS)를 구축해 약사가 본연의 역할인 환자 상담과 복약지도,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메딜리티  
  • 사업분야IT∙정보통신, 의료∙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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