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려진 바이오벤처 시장…유니콘 키워야죠"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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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90년대생이 왔다]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

[편집자주] 사회 큰 반향을 일으킨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책 속 주인공인 90년대생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에 종사하는 90년대생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초반 불확실성 시대 풍파를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향후 20년 국내 VC 시장을 이끌 주니어들의 벤처투자 철학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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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2~2023년 바이오 벤처투자 시장은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고금리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높아진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IPO(기업공개) 마저 어렵게 했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핑크빛 미래를 그렸던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거나 정부 사업으로 연명했다.

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짧은 기간이지만, 바이오 벤처투자 시장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체험했다. 변리사인 김 책임이 벤처캐피탈(VC) 심사역으로 변신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급증한 바이오 벤처투자는 2021년 고점을 찍은 이후 2년 내리 급감했다.

김 책임은 롤러코스터 같은 바이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김 책임은 "기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5년차 VC 심사역…포트폴리오만 벌써 13개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서울대에서 생물교육과를 전공한 김 책임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2019년 신약 특허를 주로 다루는 특허사무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JX파트너스에 입사했다.

김 책임은 "특허 관리 업무도 중요한 일이지만 보다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원했다"며 "2020년만 하더라도 글로벌 저금리로 벤처투자에 돈이 몰리면서 VC들의 심사역 채용이 활발했다. 변리사 자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VC 업계에 뛰었다"고 말했다.

JX파트너스에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딜과 사후관리를 경험한 김 책임은 2021년 하나벤처스로 옮겼다. 김 책임은 당시 하나벤처스 내 유일한 바이오 전문 심사역으로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김 책임은 "2021~2022년 정말 많은 딜을 봤다"며 "연간 신규로 2~3개씩은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셀비온 (16,100원 ▼300 -1.83%)넥스아이몰큐브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등 13개 기업에 투자했다.

5년차 VC 심사역에게는 적지 않은 투자 경험이다. 이렇게 경험을 쌓으면서 그만의 투자 철학도 생겼다. 김 책임은 "기술 기반 회사로 명확한 IP(지적재산권)가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 살핀다"며 "이보다 중요한 건 엑시트(Exit)가 아닌 실질적인 가치창출을 목표로 하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옥석 가려진 바이오…해외서 보는 눈 달라져"


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성령 하나벤처스 책임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 책임은 투자 철학에 맞는 대표 기업으로 면역항암치료 전문기업 넥스아이를 꼽았다. 2021년 설립된 넥스아이는 김 책임이 하나벤처스로 옮기고 후속투자를 포함해 총 2번의 투자를 집행했다. 넥스아이는 지난해 3월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기술이전(LO) 계약을 체결했다. 막연한 기술특례상장을 노리기보다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책임의 투자 철학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가 여부도 주요 투자 근거다. 김 책임이 투자한 몰큐브는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김 책임은 "최근 바이오와 AI(인공지능)와 접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바이오 업계가 필요한 건 AI가 아니라 신약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시뮬레이션"이라며 "몰큐브는 바이오 업계가 갖고 있는 페인포인트를 빠르게 포착하고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은 얼어불은 현재 바이오 벤처투자시장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3~24년 기술특례상장 요건이 강화되면서 바이오 벤처들의 기술 수준과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옥석이 가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한국 바이오 벤처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싱 계약이 상장, 비상장 할 것 없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책임은 "앞으로 3년간은 현재 투자해놓은 포트폴리오들의 성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다음 단계로는 딥테크 스타트업의 창업 단계부터 관여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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