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독점 맞설 K-저궤도 통신위성…"이번엔 반드시 통과"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3.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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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촬영한 밤하늘에 스타링크의 위성이 지나는 모습(스타링크 트레인)이 포착됐다. 스타링크는 대표적인 위성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 현재 약 6000여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몽골에서 촬영한 밤하늘에 스타링크의 위성이 지나는 모습(스타링크 트레인)이 포착됐다. 스타링크는 대표적인 위성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 현재 약 6000여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지구 저궤도에 통신 위성을 설치해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본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세계적 추세로는 늦은 출발"이라면서도 "지금이라도 서둘러 국가 간 연합을 통해 위성 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8일 서울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우주위성 정책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제81회 정기세미나에서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국제 저궤도 위성망 얼라이언스(연합체)를 주도해야한다"며 "국가의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저궤도 통신 위성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O(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 300km~1500km 사이에서 지구 주변을 돌며 지구 탐사·이동통신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수백, 수만개에 이르는 통신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한 '위성통신망'을 통해 전세계에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원웹(One-web) 등이 대표적인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자다.

스타링크는 이미 지구 주변에 위성 6000여개로 이뤄진 촘촘한 인터넷망을 만들었다. 위성에서 지상으로 바로 인터넷을 쏘기 때문에 지상 이동통신 기지국이 없는 사각지대까지도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위성인터넷이 전략전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성 인터넷망 구축의 필요성이 더 주목받았다.

28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우주위성 정책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제81회 정기세미나의 모습 /사진=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28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우주위성 정책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제81회 정기세미나의 모습 /사진=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강 교수가 제안한 '국제 저궤도 위성망 얼라이언스'는 스타링크 등 일부 기업이 전세계 위성인터넷망을 독식하기 전 자체 기술력을 개발해 기업 의존성을 낮춘 독자적인 위성망을 구축하자는 게 골자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국가가 개발 단계부터 운영비까지 비용을 분담해 수백 대에 달하는 위성 군집을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는 "얼라이언스를 이끌려면 우리나라가 그만큼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걸 입증해야하는데, 예타 심사 중인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이 그 첫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총사업비 약 4700억원의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은 지난해 10월 '삼수' 끝에 예타 조사 심사대상으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예타 심사 대상 사업으로는 저궤도 위성 사업을 비롯해 AI(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구축사업,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과제가 있다. 다만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이 '비용 대비 성과' 문제 등으로 예타조사 대상 심사에서조차 번번이 탈락한 만큼 이번 통과도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나온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등록해 위성이 들어설 궤도와 주파수를 할당받는 것도 숙제다. 이민석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은 "ITU에서 궤도와 주파수를 등록하는 건 선착순"이라며 "위성을 먼저 발사하는 사람이 발사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소위 '좋은 자리'를 가져가는데, 후발주자는 위성 간 혼·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손을 잡아 통신위성 선발대가 좋은 자리를 모두 선점할 수 없도록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지은경 과기정통부 전파방송관리과 과장은 "발사체나 관측·항법 등 위성 중심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통신 위성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는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이 이동통신 분야와 우주 기술에서 가진 강점을 접목시켜 새롭게 열릴 통신 시장에 적기에 뛰어들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주항공 R&D를 주도적으로 맡을 우주항공청이 5월 개청을 앞둔 가운데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단장 또한 "연구개발 전담국이 4개, 정책 이슈를 담당하는 국이 2개 생긴다"며 "앞으로는 위성 등 우주물체 규제 체계들을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잘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성통신 기술 연구개발이 진전된다면 우주항공청 설립 이후 NASA(미 항공우주국)과의 국제 협력을 도모할 때도 한국이 스페이스 네트워크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부분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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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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