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보다 6배 빨라" 약사 대신 알약 골라내는 K-로봇의 비밀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4.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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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황선일 메디노드 대표

황선일 메디노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황선일 메디노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병원에도 약사가 근무한다. 입원 환자는 물론이고 외래 환자라도 외부약국이 아니라 병원 내 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가 있다. 환자는 한 명이라도 시기와 증상에 따라 처방이 그때그때 달라지고 입퇴원에 따른 변수도 있다. 최근 보급된 자동조제기(ATC)가 많은 일손을 덜지만 여전히 약사들은 약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게 큰 업무라고 호소한다.

무작위로 섞인 여러 알약을 정확히 구분해내는 '똑똑한' 장비가 등장했다. 캡슐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녀 코드번호가 보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3년차 스타트업 메디노드가 개발한 AI(인공지능) 알약(필) 로봇, '필봇'(Pillbot)이다.

황선일 메디노드 대표는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약 분류는 꼭 해야하지만 약사들이 그 일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다. 자동화가 필요한 분야"라며 "엔비디아 칩셋이 들어간 첨단장비로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반도체로 AI 딥러닝, 병원약국 일손 덜어


일반적인 ATC는 의사의 처방을 입력하면 종류별로 통에 담긴 약을 자동으로 개인용 포장에 담는다. 요즘 약국에서 받아보는 약은 대개 이런 식으로 조제한다. 메디노드가 개발한 필봇은 ATC와 반대되는 역할을 해준다. 조제 과정에서 알약이 흩어지고 섞이는 약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리한다. 약사들은 분류된 약을 다시 ATC에 옮겨 넣기만 하면 되므로 효율이 개선된다.

필봇은 일본산 경쟁제품 대비 분류속도를 6배 높였다. 정확도는 99.9%다. 자칫 약을 잘못 인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크게 줄였다. AI의 위력이다.

황 대표에 따르면 모양, 크기, 색깔이 제각각인 알약을 식별하는 방법은 크게 머신비전과 딥러닝으로 나뉜다. 캡슐은 가장 까다로운 대상이다. 쉽게 굴러다니므로 고유번호가 찍힌 부분을 카메라가 못 볼 수 있다. 식별이 어렵다. 딥러닝을 적용하면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 식별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자면 성능 좋은 반도체가 필수다. 황 대표는 "엔비디아의 칩셋으로 구성된 소형 컴퓨터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서버에 연결되지 않아도 기기 자체의 AI로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AI의 한 종류다.

황 대표는 지난해 여러 종합병원에서 테스트를 마친 제품을 올해 정식 출시,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내 기업 중 같은 형태의 분류장비는 없다"며 "국내 진출한 일본 업체가 있지만 기술력에서 메디노드가 앞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국내 대형 제약회사에 입사, 병원에 ATC를 납품관리하는 영업을 맡았다.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과정을 보니 병원약사들의 약분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단 점을 포착했다. 황 대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전 욕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데스밸리 넘어 제품 상용화 단계


통계적으론 창업 3년차 이후를 흔히 데스밸리라고 하지만 메디노드에겐 이 시기가 일찍 찾아왔다. 2021년 2월 창업, 못해도 2년 뒤엔 제품을 낼 걸로 예상했으나 보기좋게 빗나갔기 때문. 황 대표는 창업 2년이 막 지난 2023년 2월에 대해 "매출은 안 나오는데 쓸 돈도 다 써서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때 메디노드의 잠재력을 본 AC가 엔슬파트너스다. 메디노드는 시드팁스에 선정됐고 엔슬파트너스,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투자도 받았다.
메디노드 개요/그래픽=윤선정
메디노드 개요/그래픽=윤선정
핵심시장이 병원약국이라고 보면 성장에 한계는 없을까. 황 대표는 약 식별에 관한 딥러닝 기술과 특허를 출원, 경쟁상황이 와도 우위를 지킨다는 복안이다. '식별'에 그치지 않고 '검수' 등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메디노드의 시드팁스 선정을 이끈 안창주 엔슬파트너스 공동대표는 "알약 분류 시스템을 발판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의료 및 약국 분야의 디지털전환 시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상물엔 노란 원통형 플라스틱 용기에 종류별로 알약을 담은 모습을 흔히 본다. 황 대표에 따르면 여러 약을 한 번 먹을 만큼만 섞어 소포장하는 것은 한약의 전통이 있는 아시아 특유의 방식이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도 편리한 1회분 포장(파우치)이 점차 퍼지고 있다.

황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장비가 유럽이나 미국도 진출할 수 있다"며 "올해 국내 시장 안정화를 확인한 다음 2025년부터는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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