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재' 소리 듣던 90년생 '괴짜' 왕싱싱, 4만원짜리 '수제 로봇'에서 출발해 2.9조짜리 로봇기업 창업자로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저 정도면 사람 머리통도 부수겠다."
"가정부는 어디가고 터미네이터가 왔냐."
중국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는 자사 인간형 로봇 H2가 360도 공중 회전 발차기로 수박을 격파하는 영상을 지난 4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화 '아이로봇' 속 로봇을 닮은 H2가 발차기 한 방에 수박을 '가루'로 만드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보디가드로 삼고 싶다"며 중국의 로봇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니트리는 1990년생 창업가 왕싱싱이 탄생시킨 스타트업이다. 중국 저장 성 낭보 시에서 태어난 왕싱싱은 딥시크의 량원평처럼 전형적인 천재는 아니었다.
차이나스토리, 판다데일리 등에 따르면 왕싱싱은 학업에서는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했다. 특히 영어 시험은 낙제점을 받기 일쑤였다. 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부모 면전에서 "아이가 좀 뒤떨어진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과학, 특히 공학에 대한 열정은 특별했다. 초등학교 때 풍력으로 움직이는 모형자동차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 소형 터빈 제트 엔진, 고등학교 때 충전식 배터리를 직접 제작했다. 한 번은 전기분해 장치를 밤새도록 방치해뒀다가 집안에 유독가스가 찬 적도 있었다.
사업가 꿈도 있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업가가 돼서 과학자들을 고용해 과학 연구를 시키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거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저장과학기술대 학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왕싱싱은 자기 손으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고, 작은 전동 드릴, 줄, 가위와 폐자재를 모아 작은 이족 보행 로봇을 만들었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에서 200위안(4만원)을 긁어모아 이룬 성과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왕은 로봇 개발을 진로로 정했다.
상하이대학교에서 왕싱싱은 전기로 구동하는 4족 로봇의 가능성을 보고 또 '수제 로봇' 제작에 착수했다. 석사 과정 중이던 2015년 폐금속과 저가 모터로 만든 4족 보행 로봇 '엑스독'(XDog)을 들고 상하이 로봇경진대회에 나가 2등상을 수상했다. 엑스독은 로봇업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고 투자 제안도 있었다.
시장 조사 업체 GGII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창업 6년 만에 전세계 4족 보행 로봇 시장의 70%을 차지했다. 첫 4족 보행 제품 라이카고를 설계할 때부터 저비용 대량 생산을 목표로 잡고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한 덕분이다. 덕분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7만5000달러 안팎, 1억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최근 출시된 일반 소비자용 4족 로봇 '고2'는 1600달러(230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유니트리는 이제 인간형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인간형 로봇 H1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H1은 지난해 중국 국영 CCTV의 춘제 행사에서 군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발차기로 수박을 박살낸 H2의 이전 버전이다.
유니트리는 2021년 시리즈C 펀딩을 통해 기업가치 20억 달러(2조9000억원)를 인정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세콰이어 차이나,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앤트그룹 등 중국 기술 분야 기업들이 대거 투자에 참여했다. 유니트리의 현재까지 투자액을 얼마나 모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유니트리가 기업가치 70억 달러(10조원) 평가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라고 지난해 9월 보도했다.
왕싱싱은 중국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민간기업 좌담회에 량원평,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등과 함께 참석했고 시 주석이 꼽은 '우수 기업가 6인'에 올랐다.
왕싱싱은 학벌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매진하는 것을 성공 비결로 꼽는다. 그는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가 끝난 지난해 6월 웨이보를 통해 "원하는 학교나 전공에 진학하지 못해도 전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심 있는 분야의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서 소통하고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연구하거나 필요하면 스스로 배우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왕싱싱은 "지원자가 어린 시절부터 전자제품 분해나 수리를 좋아하거나 DIY를 좋아한다면 기계나 전자 관련 전공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전문 분야는 매우 다양하므로 자신의 관심과 해당 세부 전공을 맞춰서 잘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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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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