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교수창업의 성공을 위한 최소 요건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3.12.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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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대학과 대학병원을 포함한 교수창업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교수창업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사례도 봤지만 반대로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도 갖추지 못한 채 실패하는 무수한 사례를 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트업 붐이 불면서 교수창업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성공한 교수창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교수창업은 긍정적인 일이다. 특정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그 기술을 개발한 교수 자신이므로 스스로 그러한 연구성과에 기반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일견 당연할 수 있다. 더구나 명망 높은 교수님은 기술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지도, 네트워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교수창업이 성공하려면 일반적인 창업과 다르게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출발점은 교수와 사업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책임, 의무가 크게 다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수는 연구에는 프로페셔널이지만 사업에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을 잘 이끌어서 연구성과를 낸 교수가 사업체에서 직원들을 이끌고 사업성과를 잘 낼 수 있다는 것은 항상 성립하는 명제가 아니다. 조직의 리더라는 포지션은 동일하나 그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과 속성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자명한 사실을 누가 모를까 싶지만 상당수의 교수창업자가 회사를 대학원 연구실처럼 운영한다. 특히 가장 피해야 할 실수는 회사에서도 교수의 지위와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본인은 파트타임 대표로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 업무는 다른 실무자가 다 하는데도 지분은 교수 본인이 더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혹은 대표자로 연구실 출신 제자를 앉혀놓고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교수가 갖고 지분도 교수가 대부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구조라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장기적으로 근속하며 열심히 일할 동기가 떨어진다. 또한 정상적인 투자사라면 이런 회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창업 중에서 이런 회사가 너무도 많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든, 저명한 교수의 네임밸류든 백약이 무효하다.

과제심사에서 실적을 위해 창업이 필요한 것이라면 권한과 지분구조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회사가 정말 회사로서 기능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존속하고 사업적인 성과를 달성하기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구조부터 잘 짜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풀타임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분이 대표자가 돼야 하고 그분이 회사의 지배주주여야 한다는 것이다.

꼭 교수 본인이 직접 대표를 하겠다면 결국에는 교수직을 내려놓고 사업에 집중할 각오까지 돼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구조는 그저 출발선일 따름이다. 출발한 이후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경쟁자들은 경영진이 인생을 걸고 올인하는 반면 교수로서 연구하고 강의하고 남는 시간에 경영을 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교수가 대표도 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사례도 있지 않냐고? 예외는 예외일 따름이다. 그 이면에는 무수한 실패사례가 존재한다.

필자는 좋은 기술과 사람들이 있음에도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구조로 시작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특히 교수창업의 경우 이런 사례가 많다. 교수 본인이 사업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아는 것.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분과 직책 등의 회사구조에도 반영되는 것.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 출발점만 제대로 세팅돼도 다른 교수창업 회사 대부분보다 크게 앞서나가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교수창업과 달리 적어도 회사가 회사로서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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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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