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넥슨, 中게임사 먹잇감 될 판…'상속세' 폭탄이 부른 위기

최우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6.0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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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베이징=신화/뉴시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이 높은 상속세로 국가에 물납한 넥슨그룹 지주사 NXC 지분이 중국 자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상장사 주식 매입을 꺼리는 국내 자본과 달리 중국 내부의 빡빡한 게임 규제 정책을 피해 외국 게임사 인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기업들에게 넥슨의 2대 주주 지위는 매력적이다. '부의 재분배'를 명분으로 책정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한국 상속세율로 인해 잘 키운 굴지의 글로벌 게임사가 해외 기업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캠코의 NXC 지분 공매, 외국인 참여 제한 없다


4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최근 고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이 상속세의 일부를 NXC 지분 29.3%로 물납했고, 지분 가치 4조7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전체 상속세가 6조원대로 집계되자 부족한 현금 여력 탓에 주식으로 세금을 낸 것이다. 정부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시스템을 거쳐 이 주식에 대한 공매 절차에 착수한다.

캠코의 온비드 입찰 참여 기준에는 원칙적으로 별도 외국 자본 배제 조항이 없다. 국내에서 법을 위반한 일부 기업들만 입찰 제한이 걸린다. 주로 노동법 위반 기업이나 세무 이슈가 불거졌던 곳들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큰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외국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입찰에 있어서 불필요한 감점 요소를 받지 않는 상태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체 같은 경우는 방위사업법이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으로 외국인 총 지분율 제한이 걸려있지만 굳이 게임업체까지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법은 없다"며 "지분매입 목적 심사 등의 절차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임 죽여라" 공산당 정책에 韓게임사 쇼핑 나서는 중국 자본


/사진=텐센트
/사진=텐센트
업계에서는 NXC 지분 공매에 중국 자본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본다. 중국 정부가 수년 전부터 미성년자 게임중독을 방지한다며 수많은 게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중국 게임사에마저 신규 게임 허가(판호)를 내주지 않는 등 사실상 '게임 죽이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계 게임머니들은 해외 게임사 쇼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텐센트는 2019년 넥슨 매각이 추진됐을 당시에도 넷마블 (63,100원 ▼1,900 -2.92%), MBK파트너스 등 국내 자본과 손잡고 뛰어들었다. 텐센트는 수년 전부터 국내 업체 앤유, 로얄크로우, 액트파이브, 엔엑스쓰리게임즈, 네이버 손자회사 라인게임즈에 각각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메이저 게임업체 넷마블의 3대 주주, 크래프톤 (250,000원 ▼7,000 -2.72%)의 2대 주주이기도 하며 카카오게임즈 (23,350원 ▼400 -1.68%)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현재 세계 1위의 게임업체로 성장한 것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중국 내에서 유통한 것이 시작"이라며 "비대한 자본력에 비해 원천 IP(지식재산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화수분처럼 신작을 쏟아내는 한국 게임사에 관심을 보이고, 그 중 가장 화려한 IP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넥슨이 매력적인 쇼핑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공매 넘어가면 중국업체가 넥슨 2대주주 될 가능성 높아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이번 넥슨 유가족의 상속세 물납에 따라 일시적으로 기획재정부가 넥슨 2대 주주가 됐지만, 수년 안에 텐센트 등 중국계 자본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공매에 성공해 현금화한 물납주식은 2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여전히 물납주식 8000억원이 국고에 쌓여있는데, 여기에 NXC 지분 4조7000억원이 더해진다. 지난 5년간의 물납주식 소화여력에 비춰볼 때, NXC 주식을 국내 자본이 매입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여전히 창업자 유가족이 지닌 지분율은 70% 수준으로 경영권을 위협 받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넥슨 유가족이 상속세를 완납한 게 아니기에, 더 많은 지분을 물납한 뒤 공매 대상으로 돌릴 가능성도 높다. 경우에 따라 중국 자본이 3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강력한' 2대 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 60%까지 이르는, OECD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을 손보지 않는 한 국내 기업 총수가 사망할 때마다 물납 이슈가 불거지고 외국 자본에게 매력적인 쇼핑 기회만 제공할 것"이라며 "잘 키운 토종 기업을 외국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면서 핵심 사업과 IP를 빼앗기도록 방치하는 게 현재 상속세법의 맹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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