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감세법안이 28일(현지시간) 상원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을 가까스로 넘었다. 공화당에서 2명의 이탈표가 나왔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7월4일(독립기념일)까지 상·하원에서 감세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 책상에 올리겠단 계획이다. 실행 시 국내 업체도 영향받을 내용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상원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불리는 감세법안에 대한 토론 개시 여부를 두고 표결을 실시해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은 법안의 토론과 수정안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관문으로, 최종 통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단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위대한 승리"라면서 진전을 이끈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외신은 상원의 최종 표결이 오는 30일 이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2명의 이탈표가 나오는 등 법안 내용을 둘러싼 이견이 큰 만큼 신속한 통과를 확신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원 공화당이 수정해 공개한 감세법안은 트럼프 1기 제정된 개인소득세율 인하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같은 감세안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고,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면세하고, 국경 및 국방 예산을 확대하고,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및 푸드스탬프 지출을 삭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를 반영하도록 전반적인 틀을 유지했다. 부채한도 증액 규모는 앞서 하원에서 통과된 4조달러보다 1조달러 많은 5조달러로 늘렸다. 2026년 중간선거 전에 다시 표결할 필요가 없도록 여유 있게 한도를 설정했단 설명이다.
그러나 지출 삭감 규모나 재생에너지 정책 등을 두고 당내 보수파와 온건파가 마찰을 빚고 있다. 예컨대 보수파는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선 더 큰 지출 삭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온건파는 메디케이드 등의 지출 삭감 규모가 너무 크다고 맞선다. 이에 온건파를 설득하기 위해 수정안에는 250억달러 규모의 지방 병원 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AFPBBNews=뉴스1반면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보수파의 요구가 반영됐다. 수정안은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시점을 당초 올해 말께에서 9월30일로 석 달 앞당겨 종료토록 했다.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와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도 동시에 종료된다. 또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는 2027년 말까지 가동을 시작한 경우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일부 외국산 부품 사용에 신규 소비세(excise tax)를 부과하도록 했다. 반면 철강 생산에 쓰이는 원료탄에 대해선 핵심 광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연구기관 로듐그룹의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비용이 10~2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주 정부의 규제를 금지하는 조항에서도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린다. WSJ은 찬반 투표 전까지 치열한 토론과 법안 수정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4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라며 공화당을 압박하지만 시간은 빠듯하다. 민주당은 절차적 항의로서 약 940페이지 분량의 법안에 대한 낭독을 요구했다. 이것만으로도 10시간 넘게 소요될 전망이다. 아울러 감세법안은 앞서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내용이 수정된 만큼 하원 표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 공화당이 8석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하원 표결 때도 1표 차이로 간신히 통과된 만큼 결과 예측이 어렵다.
한편 이날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상원의 절차 표결을 앞두고 감세법안을 맹비난하는 X 게시물을 올렸다. 머스크는 "상원의 감세법안 초안은 미국에서 일자리 수백만개를 파괴하고 우리나라에 심각한 전략적 피해를 입힐 것"이라면서 "완전히 미쳤고 파괴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법안은 과거 산업에는 혜택을 주고 미래 산업엔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감세안을 "역겨운 흉물"이라며 의원들에게 법안 폐기를 촉구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이후 머스크가 "후회한다"면서 트럼프 비판글을 삭제하면서 둘의 관계는 해빙 모드를 맞았지만, 이날 도발을 다시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재점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