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 가능해지나…한국인 잘 걸리는 '유전자' 찾았다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4.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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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연구원-서울아산병원, 파킨슨병 환자 410명 유전체 분석
파킨슨병 유발하는 특이 유전자 'GPR27' 있다는 사실 최초 규명

한국뇌연구원과 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뇌연구원과 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과학·의학계 합심으로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최초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파킨슨병은 국내 60세 이상 인구의 1.2% 이상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한국인 특이 유전자가 발견됨에 따라 향후 파킨슨병 환자를 맞춤형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6일 과학계에 따르면 채세현 한국뇌연구원 박사 연구팀과 정선주·성창옥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이같은 공동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파킨슨병은 뇌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뇌 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돼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이 떨리고 행동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전체 환자는 5%만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한국인 환자 95% 이상은 유전적 요인이 아닌 산발성 파킨슨병에 해당하지만, 지금까지 발병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DNA(유전자정보)를 발굴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뇌연구원이 연구를 설계하고 유전체 데이터 생성·분석을 실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유전체 데이터 정밀 분석과 대규모 환자 코호트 구축·분석을 맡았다.

왼쪽부터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교수, 성창옥 서울아산병원 교수, 채세현 한국뇌연구원 박사. / 사진=한국뇌연구원
왼쪽부터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교수, 성창옥 서울아산병원 교수, 채세현 한국뇌연구원 박사. / 사진=한국뇌연구원

연구팀은 이어 국내 산발성 파킨슨병 환자 410명과 같은 나이의 일반인 200명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전장유전체란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전체 DNA 또는 DNA 염기서열이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DNA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하는 유전변이를 포괄적으로 찾아내는 연구 기법이다.

연구 결과 한국인 환자는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특이 유전자 'GPR27'이 있다는 사실이 최초 발견됐다. GPR27 유전자는 뇌에서 신경가소성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GPR27의 유전변이가 정상적인 단백질의 생산과 기능을 어렵게 해 파킨슨병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GPR27이 뇌에서 발현량이 높은 유전자로, 이 유전변이가 파킨슨병 원인 인자인 알파-시뉴클린 단백질 발현과도 연관성이 높다고 봤다. 또 도파민 신호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DNA에서 파킨슨병 발병과 연관된 신규 위험인자를 발견해 그 의미가 크다"며 "향후 파킨슨병 발병 예측과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한 유전적 지표로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세현 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 박사는 "파킨슨병은 뚜렷한 치료제나 치료법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는 새로운 치료 표적에 기반한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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