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강지호·정사은 앤틀러코리아 공동대표 인터뷰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앤틀러는 뉴욕, 런던, 오슬로, 시드니 등 전세계 17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는 초기투자 전문 VC다. 2017년 설립돼 현재까지 홈베이스, 리벨로, 카시에 등 4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했다. 한국에는 지난해 말 지사를 설립하며 진출을 본격화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표준 이상으로 발전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지사의 수장으로는 강지호·정사은 공동대표가 선택됐다. 강지호 대표는 원더, 숨고, BxB 등을 잇달아 창업했던 연쇄창업가다. 정사은 대표는 미국 VC, GS리테일 CVC(기업형VC)팀 등을 거치면서 10여년간 벤처투자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이들은 전용 육성 프로그램인 '앤틀러 프로그램'을 책임지게 된다. 예비창업가들을 모집해 6개월간 팀 구성부터 사업아이템 발굴, 시드투자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컴퍼니빌더와 액셀러레이터, VC의 역할을 모두 혼합한 개념이다. 앤틀러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목표가 창업가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데 있다며 스스로를 '스타트업 제네레이터'라고 표현했다.
오는 6월, 1기 프로그램 시작을 앞두고 지원자 선발에 한창인 두 대표를 만났다.
-앤틀러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강지호(강)=1단계로 창업에 관심·역량이 있는 100인을 모아 창업팀을 구성하고 사업아이템을 발굴·고도화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평가를 거쳐 최대 2억원을 시드투자한다. 2단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제품으로 구현하고 초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한다. 6개월에 걸쳐 두 단계를 모두 마친 기업들은 데모데이를 진행해 외부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사은(정)=얼핏 컴퍼니빌더와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통상 컴퍼니빌더는 사업아이템을 직접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할 예비창업가를 모집한다. 그러나 앤틀러는 지원자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아이템을 발굴하게 한다. 지분 역시 통상 컴퍼니빌더가 대부분을 가지는 것과 달리 앤틀러는 10% 안팎만 가져간다. 액셀러레이터 겸 VC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앤틀러는 왜 지금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나?
▶(강)=본사에서 한국에서 앤틀러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인재들이 잘 모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모집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한국은 창업에 뛰어들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제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해 성공을 증명하고 있다. 사람들도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탄탄해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술력도 빼놓을 수 없다. 딥테크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세계 어디에 가도 뒤처지지 않는다. 해외 딥테크 기업들도 한국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면 해외시장에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 인재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앤틀러가 보기에 그만큼 성공확률이 높은 거다.
-어떻게 6개월만에 창업을 완성시키나?
▶(정)=사실 팀 구성과 사업고도화는 혼자서 2년도 걸리는 과정이다. 시행착오 때문이다. 앤틀러는 이 과정을 6개월로 줄인다. 물론 6개월 안에 투자금 1~2억원으로 엄청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6개월에 낸 성과를 보면 향후 얼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연구개발(R&D)만 몇년씩 걸리는 바이오 등 분야는 참여하기 쉽지 않다.
▶(강)=과거 숨고를 공동창업 했을 때도 그랬다. 사업아이템은 김로빈 대표의 것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보니 다듬어서 고도화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해놓은 사업아이템이 없지만, 아이템만 생기면 바로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예비창업가들은 많다. 특정 기술에 뛰어나다면 공동창업을 통해 CTO(최고기술책임자)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앤틀러에서도 투자를 하나?
▶(정)=앤틀러코리아도 300억원의 펀딩을 진행 중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학교 등 공공부문이 10% 정도를 출자했다. 나머지 90%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 민간에서 출자했다. 해당 펀드로 4년간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탄생하는 스타트업 100개 이상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1단계 팀빌딩을 마친 후 투자되는 금액이다. 다만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친 후 추가로 직접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강)=프로그램 졸업 후에는 외부시장의 객관적 평가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신 다양한 외부투자를 유치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앤틀러글로벌도 이 단계에서 투자를 한다. 앤틀러글로벌은 국내 모태펀드의 '해외VC 글로벌펀드'에서도 출자받기도 했다. 아울러 앤틀러의 17개 해외지사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도와줄 수 있다.
-어떤 부분을 중점 지원할 예정인가?
▶(강)=6차례 창업을 했었다. 창업가들이 겪는 시행착오가 무엇인지 잘 안다. 전문 투자자는 아니지만 창업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스타트업을 스케일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창업가들의 맨땅의 헤딩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정)=대기업 CVC 등을 거치며 오픈이노베이션만 10년 넘게 해왔다. 앤틀러 프로그램은 기업출자자 등 파트너들과 시장문제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아직 초기 창업팀인 만큼 사업모델을 그들의 수요에 맞게 수정해 나갈 수도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사업모델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사업화가 더 쉬울 수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들과 기업들이 훨씬 더 큰 전략적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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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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