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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그래픽=윤선정정부가 자율주행 산업 육성을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대규모 도시단위 실증사업을 진행키로 했지만 정작 자율주행 개발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예산의 80%에 달하는 자금이 '차량 구매·개조'에 과도하게 편성되면서 기술 실증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광주시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 참여기업에 전체 예산 618억원 중 558억원을 배정했다. 부문별로는 △차량 구매·개조 480억원(기업 배정 예산 기준 86%) △데이터 수집·가공 20억원(3.6%) △관제 등 운영 48억원(8.6%) △보험 가입 10억원(1.8%) 등 예산이 편성됐다.
세부 예산안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기업 배정 예산의 대부분을 차량 구매·개조에 투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1대를 구매·개조하는 데 2억4000만원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일반 양산차라면 대당 1억5000만원 정도만 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청와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주재로 열린 광주시 자율주행 실증사업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올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전용차 구매에 쓰이는 데 대한 지적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실증기업 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율주행 전용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200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입 예정인 전용차로는 현대자동차의 SDV 프로젝트 차량인 'XP2'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증에 사용될 차량은 양산차가 아니라 모든 조건에 최적화 된 전용차여서 비쌀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인 완성차를 개발사들이 역설계 해 개조하면 차량의 정밀제어가 어렵고 시스템도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당 2억4000만원은 지난해 예산 작업을 하면서 자율주행 개발사들과 자동차 제작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정한 가격"이라며 "웨이모 등 해외에서 공급받는 자동차 가격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의 개발자 컨퍼런스'플레오스 25'에 전시된 SDV 아키텍처 /사진=현대자동차차량 구매·개조에 예산 대부분이 투입되면서 정작 기술 실증·고도화에 투입되는 예산은 68억원(12.2%)에 그치게 됐다. 통상 데이터 수집·처리, 관제운영비 등 데이터 실증에는 대당 연간 1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실증 사업에는 자율주행 개발사 3곳이 참여할 예정인 만큼 실증을 위해선 각사당 최소 66억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정된 예산을 모두 지원받아도 각 사가 40억원 이상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는 실증 자체가 기술 개발 기회인 만큼 해당 기업들이 운영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인 자율주행 개발사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증하면서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 건 감수하겠지만 이번 실증사업의 경우 사업규모가 커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며 "배정된 예산을 들여다 볼수록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SDV 대신 기존 양산차를 이용해 차량 구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업체들이 양산차를 개조해 고품질 실증을 진행했다"며 "실증·운영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게 사업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