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투자 동향/그래픽=김지영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7월 발표한 '기술 트렌드 전망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력·재생에너지 분야 기업들은 총 2232억달러(약 307조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걸로 나타났다. 모빌리티, 클라우드는 물론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AI(인공지능) 분야마저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조사에서 AI 분야 기업들의 투자유치액은 전력 분야의 절반 정도인 1243억달러에 그쳤다.
전력 분야 투자 영역은 스마트 전력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차세대 원전, 태양광·풍력 발전 등을 아우른다. 특히 AI 관련 산업이 발달하며 전력 분야가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해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전력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빌 게이츠는 벤처캐피탈(VC)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설립해 전력·에너지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사로는 △안토라에너지 △에어룸에너지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FS) △큐빅PV 등이다.
이 가운데 핵융합 발전기업 CFS는 구글과 200메가와트(MW)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핵융합 발전은 '인공태양'으로 불리며, 기존 원자력보다 효율이 3배 이상 높고 방사성 폐기물·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CFS는 누적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받았으며, 기업가치는 약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로 평가된다.
MS와 오픈AI 등도 핵융합에 베팅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한 인터뷰에서 "에너지 돌파구 없이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할 방법이 없다"며 "핵융합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샘 올트먼을 비롯해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등이 투자한 핵융합 기업 헬리온에너지도 있다. 헬리온은 지난 1월 4억2500만달러(약 6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MS는 2028년부터 헬리온에너지로부터 50MW 규모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안정적인 대체 전력원으로 소형모듈원전(SMR)도 주목받는다. SMR은 300MW 이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자로로, 안전성이 높고 설치·운송이 용이하다. 미국의 카이로스파워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SMR 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최근 구글과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트먼 CEO는 또 다른 SMR 기업 오클로에 직접 투자했고, 빌 게이츠와 피터 틸 등도 SMR 기업 솔트포스에 자금을 투입했다.
전력망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도 성장세다. AI 기반 전력 거래 및 관리 플랫폼 '크라켄'을 운영하는 옥토퍼스에너지, MS서 투자를 받은 라인비전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AI를 기반으로 전력망을 효율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빅테크들의 투자가 그리드 기술 발전과 스타트업 성장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스마트 그리드 등 일부 전력 기술은 상용화가 머지 않은 수준까지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량이 필요해 이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은 일반적인 전력망을 끌어 쓰기보다는 자체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득"이라며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