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음, 산업이 되다] ④
글로벌 벤처투자업계 키워드 된 '멘탈케어'
2018년 10억달러→21년 74억달러 투자 급증
명확한 타깃·수익모델 기본, 단순 모니터링은 한계
[편집자주] 과도한 경쟁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속마음 털어놓을 곳 없는 외로움이 정신을 병들게 한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플 땐 어찌할 지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졌다. 지친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리상담부터 수면관리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멘탈케어(정신건강) 산업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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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멘탈케어'가 키워드로 떠오른 건 코로나19 팬데믹 때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 등이 겹치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가 급증했고 이들을 잡으려는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했다. 이른바 '뜨는 산업'에 돈도 몰렸다.
CB인사이츠·갈렌그로스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집계를 종합하면 2018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수준이던 전세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21년 74억달러(약 10조원)로 7.4배 증가했다. 2022~2024년 투자규모는 20억~30억달러 안팎으로 정점을 찍었던 2021년보다는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시장이 커졌다.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의 최윤섭 대표는 "그동안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일시적인 기분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디지털 멘탈케어 플랫폼 아토머스는 시리즈B 단계까지 누적 4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와이브레인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오웰헬스·포티파이·블루시그넘 등 초기기업들도 10억~3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기업 다인과 멘탈케어 플랫폼 트로스트는 넛지헬스케어에 인수되며 엑시트(자금 회수)에도 성공했다.
경혜원 위벤처스 이사는 "비대면 멘탈케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창업과 투자가 활발해졌다"며 "최근에는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 건강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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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고 싶은 멘탈케어 스타트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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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들은 멘탈케어 스타트업의 수익화 가능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 이사는 "과거 멘탈케어 선도기업 중 수익모델 부재로 파산한 사례가 있다"며 "단기간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타깃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모니터링 중심의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서비스만으로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공해야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력 또한 주요 평가 요소다. 노윤아 스톤브릿지벤처스 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상담사 매칭 등 단순 서비스는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며 "기술 기반의 차별화된 솔루션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여부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요구되는 필수 조건이다. 앱 기반 서비스는 이미 국경이 무너진 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루티너리, 블루시그넘 등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