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록마을 인수해 시장 놀래켰던 '정육각', 기업회생 신청

유엄식 기자, 김창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7.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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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 일시 영업 중단, 초록마을은 정상 운영...M&A 등 사업구조 재편 추진 전망

육가공 제품과 밀키트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정육각'이 기업회생을 비롯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2022년 대상그룹이 운영했던 유기농 식품 판매 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누적된 적자로 자금난이 심화하자 결국 특단의 조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완료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와 경영진은 이날 오전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공개헸다.

이번 결정 이후 정육각은 사업 재정비를 위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 초록마을은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 물류센터 모두 정상 운영된다. 앞으로 M&A(인수합병)을 포함한 사업 구조 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이번 회생 절차 신청은 사업 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상 운영을 전제로 한 제도적 재편 조치"라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한 정육각은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주문하면 도축부터 배송까지 빠르면 당일, 길면 4일 안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일반적으로 도축 후에 한 달 정도 걸리는 고기 유통 구조를 대폭 단축한 초신선 물류 체제를 구축하며 주목받았다.

연 매출 200억원대로 성장한 정육각은 2022년 대상홀딩스로부터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하며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통 대기업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과였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신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서울 시내 초록마을 매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 시내 초록마을 매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정육각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2006억원을 기록했다. 초록마을 인수 전보다 매출 규모가 5배가량 늘어나며 외형 확장 측면에선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828억원에 달해 수익성 확보엔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시장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전환됐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유기농 제품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초록마을은 흑자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말 기준 정육각이 보유한 현금은 6614만원에 불과했다. 정육각은 현재 완전 자본 잠식 상태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제출 시한을 지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정육각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참여해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이어 신한캐피탈에서 초록마을 주식을 담보로 300억원 단기 자금을 조달하며 인수 자금을 충당했다. 하지만 누적된 자금난을 완벽하게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단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성장 사태 이후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폐업과 기업회생을 선택하며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티메프 사태 여파로 신생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가 축소된 것도 자금난이 심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 기자 사진 유엄식 기자
  • 기자 사진 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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