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합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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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이미지/로이터=뉴스1수년간 전쟁을 지속해 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각각 휴전을 논의하는 가운데 미국 방산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금이 몰렸다. 유혈사태를 반복하며 극에 달했던 지정학적 갈등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전 세계가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를 전쟁에 대비해 무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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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콰이어가 '떡잎' 알아본 방산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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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인더스트리 에단 손튼 CEO/사진제공=마하인더스트리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방산 스타트업인 '마하인더스트리'의 1억달러(약 1410억원) 규모 신규 자금 조달 작업이 곧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기존 투자자인 베드락캐피탈과 신규 투자자인 코슬라가 공동 주도했으며, 기업가치는 4억7000만달러(약 6600억원)로 평가됐다.
마하인더스트리는 지난 202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중퇴한 에단 손튼이 설립한 회사다. 창업 당시 손튼의 나이는 19세였다.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23년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목이 집중됐다. 시장은 그동안 방산 관련 투자를 꺼려왔던 세콰이어캐피탈이 선택한 첫 방위 기술 투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면 마하인더스트리의 누적 투자금은 약 1억8500달러(약 26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앞서 세콰이어캐피탈은 570만달러(약 80억원)의 시드 투자를, 베드락캐피탈이 7900만달러(약 1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각각 이끌었다.
마하인더스트리는 우주 가장자리에서 작동 가능한 수직 이착륙 차량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 육군 응용연구소가 수직 이륙 정밀 미사일 프로젝트인 '전략적 타격'의 개발 업체로 선정됐다. 미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 첫 번째 공장도 건립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미 국방부의 보수적인 기조에 방위 산업 관련 투자를 기피해 왔던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달라졌다고 진단을 내놨다. 방위 산업 관련 스타트업은 해외 분쟁 우려가 많은 데다 기존 계약업체를 선호하는 국방부의 기조가 좀처럼 바뀌지 않아 과거에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 왔지만 신냉전 시대가 열리면서 실리콘밸리의 투자 기조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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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값이면 살만해"…스타트업 M&A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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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 M&A 규모는 총 710억달러(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 기준·약 99조2000억원)로 202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M&A 건수는 5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크런치베이스 홈페이지 갈무리올 들어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경색된 데다 2021년 정점을 찍은 기업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스타트업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스타트업 전문매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 M&A 규모는 총 710억달러(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 기준·약 99조2000억원)로 202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M&A 건수는 5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1분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는 12건에 달했다. 구글은 사이버 보안 유니콘인 '위즈'를 320억달러(약 44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민간기업 사상 최대 M&A 기록을 세웠다.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 설계업체 '암페어컴퓨팅' 인수, 클리어레이크캐피탈그룹의 '모더나이징메디슨' 인수, 서비스나우의 무브웍스 인수, 코어위브의 '웨이츠앤바이어시스' 인수 등도 주요 사례다.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분야는 단연 AI였다. 올 1분기 AI 관련 스타트업 인수합병 건수는 8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인수 주체별로는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PE)펀드들의 스타트업 인수 움직임이 활발했다. 유니콘 스타트업이 동종업계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는 사례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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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주식 거래 그만!"…로봇 유니콘이 발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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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설립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콘 기업인 '피규어AI'가 비상장 주식 거래 브로커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피규어AI2022년 설립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콘 기업인 '피규어AI'가 비상장 주식 거래 브로커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상장 시장에서 자사 지분이 낮은 값에 거래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C 15억달러(약 2조원) 투자 라운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최근 피규어AI 측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2차 시장 주식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최소 2명의 주식 브로커에게 자사 지분 거래 중단 서한을 보냈다. 비상장 주식 거래 과정에서 피규어AI 지분에 대한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피규어AI가 주식 브로커 단속까지 나선 배경에는 시리즈C 투자 라운드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주식 브로커는 "피규어AI는 자사의 기업가치를 395억달러(약 55조2000억원)로 보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며 "상당수 기존 주주들은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이라도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피규어AI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총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기업가치는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2023년 3월 시리즈A 라운드 당시 4억달러(약 5500억원) 수준이었던 피규어AI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1월 시리즈B에서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였다. 이번 시리즈C 라운드에선 직전 투자 당시보다 15배 이상 높아진 가치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는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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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그' 잡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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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코드 문제를 사전에 탐지하고 수정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라이트런'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I를 활용해 코드 문제를 사전에 탐지하고 수정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라이트런'이 7000만달러(약 98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라운드는 기존 투자자인 인사이트파트너스와 신규 투자자인 액셀이 공동 주도했다. 씨티그룹과 길롯캐피탈, GTM캐피탈, 소렌슨캐피탈 등 주요 업체들이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1억1000만달러(약 1530억원).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에서 라이트런은 'AI 버그(코드 라인 증가로 다양한 충돌 발생)'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개발자 통합개발 환경(IDE)에서 활용 가능한 '런타임 자율 AI 디버거'를 출시한 이후 전체 매출이 4배 이상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프라이스라인, 세일즈포스, 인디텍스 등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이 라이트런의 고객사다. 씨티그룹 경우 전략적 투자자이자 핵심 고객으로 라이트런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트런은 일란 펠렉 최고경영자(CEO)와 레오니드 블룸스타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펠렉은 이스라엘 육상 국가대표 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라이트런 창업 이전엔 이스라엘 내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펠렉은 "AI 코딩 시대가 열리면서 코드 생성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만큼 버그 위험도 커졌다"며 "기존의 관찰 도구들은 사후 문제 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라이트런은 사전 예방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