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팔' 없어도 돼! '날개' 우주선 만드는 일본 스타트업 [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04.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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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탈화석연료 앞세운 '에코 로켓' 개발 목표…2040년까지 로켓을 새 교통수단으로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일본 재사용 로켓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워커가 지난해 12월 엑스 계정을 통해 공개한 시험기체의 모습./사진=스페이스워커 엑스 계정(@SPACEWALKER_JP) 갈무리
일본 재사용 로켓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워커가 지난해 12월 엑스 계정을 통해 공개한 시험기체의 모습./사진=스페이스워커 엑스 계정(@SPACEWALKER_JP) 갈무리
"일론 머스크도, 제프 베이조스도 재사용 로켓을 만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회계사였던 마나베 아키히데가 날개 달린 활공형 재사용 로켓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워커' 창업을 준비한다고 하자 로켓업계 관계자들은 만류했다. 로켓 발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날개는 달지 않는 게 기본이라는 얘기,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들 것이란 얘기 등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우주에 열정을 갖고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던 건 아니다. 처음 로켓 사업을 제안받은 건 친구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2016년 어느날이었다. 나중에 스페이스워커 초대 CEO가 되는 오야마 요카타로부터 "지금 어디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달음에 술집으로 찾아온 오아먀는 "규슈에 로켓을 만드는 대학 교수가 있는데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한다. 50억엔(490억원)을 모을 수 있느냐"고 했다.

스페이스워커에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위성발사용 재사용 로켓 라이진(왼쪽)과 유인 우주여행용 재사용 로켓 나가토모./사진=스페이스워커 홈페이지 갈무리
스페이스워커에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위성발사용 재사용 로켓 라이진(왼쪽)과 유인 우주여행용 재사용 로켓 나가토모./사진=스페이스워커 홈페이지 갈무리
회계사인 마나베의 머릿속에 "비행기 개발도 몇 조엔씩 든다는데, 50억엔으로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면 싸다"는 계산이 섰다. 3일 뒤 요네모토 고이치 규슈공업대학 교수와 만나 길이 1.7m짜리 시험기체를 봤을 때 "무리 아닌가" 싶다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부터 일본 대기업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날개 달린 재사용 우주 로켓 연구를 해온 요네모토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성을 봤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필두로 가와사키 중공업, 로봇 기업 야스카와전기 등이 협업 중이라는 말에 "이런 대단한 팀이 성공하지 못하면 누구도 이룰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2017년 12월 COO(최고영업책임자)로 창업을 함께한 마나베는 2023년부터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스페이스워커가 개발 중인 재사용 우주로켓은 활주로로 귀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추진체 없이 발사되는 우주왕복선이라 생각하면 쉽다. 위성 발사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로켓은 위성을 싣고 수직 발사된다. 상공에서 위성을 궤도로 쏘아올린 로켓은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지상으로 귀환한다.

지난해 10월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1단계 추진체 슈퍼헤비가 발사대의 '젓가락 팔'에 붙잡혀 귀환하고 있다. 2024.10.13  /AFPBBNews=뉴스1
지난해 10월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1단계 추진체 슈퍼헤비가 발사대의 '젓가락 팔'에 붙잡혀 귀환하고 있다. 2024.10.13 /AFPBBNews=뉴스1
스페이스워커의 핵심은 경량화다. 무거운 로켓을 쏘아올리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싣고, 더 많은 연료를 실으려다 로켓이 더 무거워지는 '로켓방정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귀환 시 날개로 활강하는 로켓은 귀환용 추진제를 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직 발사형 로켓보다 중량이 훨씬 줄어든다. 수평으로 지상 착륙하기 때문에 기체 손상 위험이 낮다.

또 스페이스워커는 친환경 로켓을 목표로 한다. 화석연료로 로켓을 쏘아올리고, 잔해물을 바다에 버리는 일회용 로켓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스페이스워커는 소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로켓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 산업가스 기업 에어워터와 협업 중이다.

마나베 아키히데 스페이스워커 CEO와 요네모토 고이치 CTO(최고기술책임자)./사진=스페이스워커 홈페이지 갈무리
마나베 아키히데 스페이스워커 CEO와 요네모토 고이치 CTO(최고기술책임자)./사진=스페이스워커 홈페이지 갈무리
머스크의 스페이스X,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한 번 발사에 고객 여러 곳의 위성, 화물을 나르는 고속버스라면 스페이스워커는 소형 위성을 1기씩 발사하는 택시에 가깝다고 마나베 CEO는 지난해 '닛케이x테크'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마나베 CEO는 "기존 대형 로켓은 발사 타이밍이 자유롭지 않다"며 "스페이스워커 로켓(의 장점)은 발사하고 싶은 타이밍에 발사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내년 기체 시험을 마치고 2028년부터 위성 발사 사업, 2030년부터 유인 우주여행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2040년부터는 로켓을 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삼겠다고 했다. 도쿄와 뉴욕을 40분에 주파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회사에 따르면 스페이스워커는 지난 2023년 8월 공개 투자모금에서 JAXA와 일본항공 측으로부터 총 7억1300만엔(7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총 투자유치액은 17억5000만엔(172억원)이다. 마나베 CEO는 2022년 일본 스페이스미디어 인터뷰에서 "우주는 지구에서 확대되는 경제 영역"이라며 "연인과 가족, 출장시간 단축을 원하는 비즈니스맨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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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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