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상공인 간과한 플랫폼 규제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사 입력 2024.02.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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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웅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건웅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한다. 플랫폼법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정위는 소상공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 바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는 소상공인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은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고 역차별은 시장의 빈틈을 치고 들어오는 해외 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소상공인에 대한 위협을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중국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장악 속도가 심상치 않다. 초저가로 밀어붙이는 해외 e커머스에 국내 중소 제조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소상공인도 함께 경쟁력을 잃거나 해외 플랫폼에 입점한다 해도 이용조건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져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플랫폼법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기업은 혁신동력을 잃고 보수적인 행보를 택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기반 사업자들은 혁신의 결실을 누릴 기회를 빼앗길 것이다. 가령 네이버의 빠른 정산 같은 서비스가 나오지 못할 수 있다. 빠른 정산은 네이버 입점 사업자들의 정산주기를 무료로 단축해 소상공인의 자금회전을 돕는 대표적인 상생 금융서비스다. 네이버에 집적된 결제, 주문, 배송, 반품 등의 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가 있기에 개발이 가능했던 서비스다. 그러나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이같이 여러 서비스의 빅데이터를 융합한 기능은 자칫 반칙행위로 해석돼 규제받거나 그럴 우려로 인해 기업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플랫폼법이 벤치마킹하는 유럽연합의 DMA(디지털시장법) 역시 소상공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조짐이 보인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DMA에 대비해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계열 서비스 간의 이용자 계정 연결을 해제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계정분리 시 일부 기능이 제한되는데 예를 들어 페이스북 메신저를 분리하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대화가 메신저가 아닌 e메일로 진행된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각 플랫폼사는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점 사업자에 차별화한 솔루션을 앞다퉈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AI(인공지능) 등 기술장벽을 낮추며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전략 고도화에 기여한다. 그러나 플랫폼법이 통과된다면 더 이상 이러한 활발한 솔루션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마케팅, 고객관리, 기술 등에 자금과 인력을 투자할 여력이 적은 소상공인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규제로 인한 소상공인의 '잃어버린 혁신'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설계를 통해 혁신과 공정 사이에서 지켜야 할 균형점은 어디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기자 사진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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