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야마다 카즈요시 퍼스트CVC 대표
최근 정부는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민간 투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5여년간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벤처투자의 축을 민간 투자 중심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투자 활성화의 핵심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한데 이어 CVC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의 노력에 업계도 응답했다. 규제 완화 이후 신설된 일반 지주회사 CVC는 △동원기술투자 △GS벤처스 등 12개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해 한국 CVC가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갖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외부출자 △해외투자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CVC 중심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이니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벤처투자 금액 중 45.2%를 CVC가 맡고 있다. 독립계 벤처캐피탈(VC)이 차지하는 비중(17.5%)보다 훨씬 크다. 전체 30% 내외인 전세계 평균보다도 높다. 일본 내 CVC 수는 2012년 241개사에서 2021년 764개사로 3배 넘게 증가했다.
CVC 선진국인 일본을 통해 한국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일본 최대 CVC 협회인 퍼스트CVC(FirstCVC)의 야마다 카즈요시 대표로부터 일본 CVC 현황과 구조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성기 맞은 일본 CVC 퍼스트CVC는 2020년 1월 설립된 일본 CVC 협단체다. 올해 7월 기준 240여개 CVC들이 속해 있다. 퍼스트CVC를 설립한 야마다 카즈요시 대표는 뉴욕대 금융학부에서 재무회계와 투자론을 전공하고, 2013년 소프트뱅크 사장 직속 재무담당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제조하는 소프트뱅크 로봇 사업부를 설립한 바 있다. 이후 벤처투자 업계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다.
퍼스트CVC는 △CVC 커뮤니티 운영 △CVC·VC·스타트업 채용 지원 △경영 컨설팅 △재무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야마다 대표는 "CVC와 스타트업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퍼스트 CVC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2014년 태동을 시작한 일본 CVC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또 한번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기존 사업이 흔들리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부로부터의 혁신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CVC가 관심을 받게 된 건 2014~2015년이다. 당시 일본 내 대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존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오픈이노베이션 대신 출자를 통해 지속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야마다 대표는 "2018년부터 CVC에 의한 스타트업 투자건수는 1000건 이상, 신규 조성펀드 규모는 1000억엔(약 8664억원) 이상이다. 투자건수와 신규 조성펀드 규모는 매년 커지는 추세"라며 "현재 약 9000억엔 규모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가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CVC, 시드 단계부터 직접투자로 연계 강화" 일본 CVC의 특징은 직접투자가 많다는 점이다. 모기업과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만들고 투자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야마다 대표는 "CVC 투자의 약 60%는 모기업과 계열사에서 받은 자본금을 스타트업에 직접투자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펀드 청산기간도 없다보니 투자 기간이 길다. 협업도 비교적 시간을 갖고 추진한다. 야마다 대표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CVC 역시 반드시 사업 연계까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단 출자를 하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투자 역시 전략적 투자(SI)와 재무적 투자(FI) 성격을 섞은 하이브리드 투자(HI)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부 출자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일본 CVC의 특징이다. 야마다 대표는 "일본 CVC가 운영하는 펀드 중 외부 출자를 받은 펀드는 10% 정도"라며 "기본적으로 모기업과 계열사의 유보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금융사보다 일반 사업회사 중심인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당장 협업이 어렵더라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최근 일본 CVC의 트렌드다. 야마다 대표는 "CVC의 45%가 시드 투자 경험이 있을 정도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전체 78%가 3개월 이내 투자 검토를 끝낼 정도로 투자 검토 기간도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설립부터 목표 설정 명확해야 모기업 역할 중요" 야마다 대표는 CVC를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목표 설정이라고 강조했다. 야마다 대표는 "CVC의 크기에 따라 설립 목표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연간 매출이 1000억엔인 기업과 300억엔인 기업이 품을 수 있는 스타트업의 크기와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확한 목표 설정을 기준으로 한 모기업의 입김은 오히려 CVC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CVC의 독립성에 대한 고민은 일본 역시 있다"며 "그러나 모기업의 강력한 의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CVC 대다수가 제조업과 서비스 기업 등 일반 사업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모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등 지속적인 협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 CVC 역시 사내 심사역에 대한 인센티브 고민은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다 대표는 "CVC 역시 펀드의 목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본 CVC가 운영하는 SI 성격의 펀드 중 인센티브를 주는 펀드는 전체 7% 내외"라며 "인센티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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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 활성화의 핵심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한데 이어 CVC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의 노력에 업계도 응답했다. 규제 완화 이후 신설된 일반 지주회사 CVC는 △동원기술투자 △GS벤처스 등 12개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해 한국 CVC가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갖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외부출자 △해외투자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CVC 중심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이니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벤처투자 금액 중 45.2%를 CVC가 맡고 있다. 독립계 벤처캐피탈(VC)이 차지하는 비중(17.5%)보다 훨씬 크다. 전체 30% 내외인 전세계 평균보다도 높다. 일본 내 CVC 수는 2012년 241개사에서 2021년 764개사로 3배 넘게 증가했다.
CVC 선진국인 일본을 통해 한국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일본 최대 CVC 협회인 퍼스트CVC(FirstCVC)의 야마다 카즈요시 대표로부터 일본 CVC 현황과 구조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성기 맞은 일본 CVC 퍼스트CVC는 2020년 1월 설립된 일본 CVC 협단체다. 올해 7월 기준 240여개 CVC들이 속해 있다. 퍼스트CVC를 설립한 야마다 카즈요시 대표는 뉴욕대 금융학부에서 재무회계와 투자론을 전공하고, 2013년 소프트뱅크 사장 직속 재무담당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제조하는 소프트뱅크 로봇 사업부를 설립한 바 있다. 이후 벤처투자 업계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다.
퍼스트CVC는 △CVC 커뮤니티 운영 △CVC·VC·스타트업 채용 지원 △경영 컨설팅 △재무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야마다 대표는 "CVC와 스타트업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퍼스트 CVC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2014년 태동을 시작한 일본 CVC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또 한번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기존 사업이 흔들리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부로부터의 혁신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CVC가 관심을 받게 된 건 2014~2015년이다. 당시 일본 내 대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존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오픈이노베이션 대신 출자를 통해 지속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야마다 대표는 "2018년부터 CVC에 의한 스타트업 투자건수는 1000건 이상, 신규 조성펀드 규모는 1000억엔(약 8664억원) 이상이다. 투자건수와 신규 조성펀드 규모는 매년 커지는 추세"라며 "현재 약 9000억엔 규모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가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CVC, 시드 단계부터 직접투자로 연계 강화" 일본 CVC의 특징은 직접투자가 많다는 점이다. 모기업과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만들고 투자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야마다 대표는 "CVC 투자의 약 60%는 모기업과 계열사에서 받은 자본금을 스타트업에 직접투자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펀드 청산기간도 없다보니 투자 기간이 길다. 협업도 비교적 시간을 갖고 추진한다. 야마다 대표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CVC 역시 반드시 사업 연계까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단 출자를 하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투자 역시 전략적 투자(SI)와 재무적 투자(FI) 성격을 섞은 하이브리드 투자(HI)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부 출자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일본 CVC의 특징이다. 야마다 대표는 "일본 CVC가 운영하는 펀드 중 외부 출자를 받은 펀드는 10% 정도"라며 "기본적으로 모기업과 계열사의 유보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금융사보다 일반 사업회사 중심인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당장 협업이 어렵더라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최근 일본 CVC의 트렌드다. 야마다 대표는 "CVC의 45%가 시드 투자 경험이 있을 정도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전체 78%가 3개월 이내 투자 검토를 끝낼 정도로 투자 검토 기간도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설립부터 목표 설정 명확해야 모기업 역할 중요" 야마다 대표는 CVC를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목표 설정이라고 강조했다. 야마다 대표는 "CVC의 크기에 따라 설립 목표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연간 매출이 1000억엔인 기업과 300억엔인 기업이 품을 수 있는 스타트업의 크기와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확한 목표 설정을 기준으로 한 모기업의 입김은 오히려 CVC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CVC의 독립성에 대한 고민은 일본 역시 있다"며 "그러나 모기업의 강력한 의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CVC 대다수가 제조업과 서비스 기업 등 일반 사업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모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등 지속적인 협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 CVC 역시 사내 심사역에 대한 인센티브 고민은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다 대표는 "CVC 역시 펀드의 목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본 CVC가 운영하는 SI 성격의 펀드 중 인센티브를 주는 펀드는 전체 7% 내외"라며 "인센티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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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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