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진 사과"…아이폰의 '역대 최고난도' 中 상륙작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기사 입력 2023.09.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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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언론이 아이폰15 공개 첫 날 애플 주가 하락을 비중있게 보도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 측도 "배부른 사과가 허무하고 뚱뚱해졌다"며 연일 애플을 때리고 있다. 애플 충성고객들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판매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혁신성이 약해졌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판매개시 D-8, 만만찮은 중국의 반격 속에 애플의 역대 가장 어려운 중국 상륙작전이 예상된다.

애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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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中 반격에 난항 겪는 애플


중국 현지언론이 애플 주가 하락을 비중있게 보도했다./사진=현지언론 캡쳐
중국 현지언론이 애플 주가 하락을 비중있게 보도했다./사진=현지언론 캡쳐
차이신 등 중국 경제매체들은 14일(중국 현지시간) 일제히 1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애플 아이폰15 출시행사 직후 애플 주가가 하락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애플은 주당 전일 대비 1.71% 내린 176.3달러에 장마감했다.

중국언론의 공격포인트는 애플의 혁신성이다. 차이신은 "애플이 세계 최초 3nm(나노미터) 칩을 장착하고, 티타늄 프레임을 달았으며, A시리즈 프로 모델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며 "9월 6일 이후 5거래일간 애플 주가는 6.34% 하락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새 아이폰을 오는 22일 중국 시장에서 판매 개시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으로 이미 예약금을 받는 형태로 사실상 사전판매도 시작했다. 아직 제품을 보기도 전이지만 부정적인 온라인 여론이 들끓는다. 새 아이폰이 생각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흥미로운 진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거다.

아이폰15를 둘러싼 이런 초기반응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시장 복귀와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조치가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달 출시된 화웨이의 메이트60프로 초기생산분은 이달 초에 이미 매진됐다. 중국 정부의 종용 속에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본토엔 아직 수만명의 충성스러운 애플팬들이 있지만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화웨이의 화려한 부활과 중국 정부의 아이폰 규제는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거대기술기업(애플)이 중국 내에서 가장 힘든 판매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中 "배부른 애플 허무해"...베네주엘라 대통령까지 가세?


중국 정부의 애플 때리기도 계속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공무원·공공기관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아이폰과 관련한 보안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사이버 정보보안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금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보안문제를 거론한 건 사실상 사용금지를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보안이 이유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아이폰이 미국 정보기관 첩보 수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을 제재할 때 미국이 활용했던 명분 그대로다. 미국이 화웨이를 때린 수단으로 중국이 애플을 때리고 있다는 거다.

애플 대 화웨이 구도는 그대로 미국 대 중국의 구도로 투영된다. 중국 언론은 방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방중 직전인 지난 8일 자국 텔레비전과 한 인터뷰를 뒤늦게 조명하고 있는데, 마두로는 "내 화웨이 폰은 아주 멋지고, 그링고(gringo·미국인)들이 엿들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편에 서겠다는 메시지로 애플 대 화웨이 구도를 차용했다.

관영언론의 애플 비난은 보다 원색적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전날 칼럼을 통해 "애플의 경쟁력에 전환점이 온 것 같다"며 "애플이 혁신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또 "애플은 미국 정부의 정치적 비호 속에 오로지 삼성하고만 경쟁했고, 다단계 보호주의로 미국은 경쟁 부족 스마트폰 시장이 됐다"며 "애플 독점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기형적 생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2022년 화웨이가 넘어진 후 애플의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0%에 다다랐는데, 미국 정부의 비상식적 힘에 의해 이뤄진 이런 독주는 시장의 혁신과 경쟁 속에서 지속되기 어렵다"며 "'허무하고 뚱뚱한' 사과는 편안한 영역을 벗어나 창의성과 혁신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직격했다.



"아이폰 구입금지? 업무용 폰을 하나 더 사겠죠"


애플의 중국 대륙 상륙 여건이 '역대급'으로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애플이 재차 중국 시장을 석권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능 면에서 경쟁상대인 화웨이 메이트60프로를 압도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SCMP는 "애플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5배 줌 카메라로 파워 유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애플 최신 운영체제인 IOS 17과 라이트닝 대신 채택된 USB-C 충전 포트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애플 사랑은 유난하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올 2분기 세계 최대 아이폰 시장에 등극했다. 전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24%가 중국에서 팔려나가 미국(21%)을 앞섰다. 충성고객층이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의 메이트60프로 단말기 공급량이 충분치 않을 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반 람 수석분석가는 SCMP에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이 아이폰15의 이익을 일부 뺏어오겠지만, 단말기 제조 공급망 문제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0월 메이트40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5G 단말기를 만들지 않았던 화웨이가 충분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기 어려울거라는 분석이다.

테크인사이트 린다 수 무선스마트폰 전략담당이사는 "화웨이 메이트60프로 단말기 판매가 애플 아이폰15 출시에 미치는 영향은 애플 입장에서는 관리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며 "애플의 강력한 사용자 고착성이 안정적인 교체 수요를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폰15 시리즈가 연말까지 전 세계서 7200만대 판매돼 아이폰14의 같은 기간 판매량 7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린다 수는 "중국 정부기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며 "이런 유사한 제한은 최근 수년간 계속돼 왔고, 대부분의 경우 아이폰 유저들은 업무용 핸드폰을 하나 더 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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