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는 우리의 귀를 독점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PADO]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기사 입력 2023.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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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와 함께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죠. 시가총액 35조원의 기업(카카오나 기아자동차보다 큽니다)이지만 지금까지 수익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기만 한다면 당장은 손실이 많이 나더라도 나중에는 폭발적인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기대고 있는 겁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플랫폼' 기업들이 지향하는 방향이죠. 문제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은 스트리밍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다른 부대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스포티파이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너무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면서 음악계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곧 'AI 음악'이 등장하면 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도 있습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2023년 5월 4일자 서평은 스포티파이에 관한 여러 권의 서적을 다루면서 스포티파이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그 한계까지 아우르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2000년대 초, 냅스터가 기존의 음악 판매 모델을 부숴버린 이후 한 가지 아이디어가 급부상했다. 너무 많은 이가 되풀이하는 통에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 아이디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듣는 게 훨씬 쉬워야 사람들이 불법복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업이 바로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이용자가 5억 명이 넘고, 월 정기 구독자도 2억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유럽에서 음악 불법복제가 가장 만연했던 나라인 스웨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납득할 만한 일이다.

추정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당시 스웨덴 인구 900만 명 중 불법복제 파일을 공유한 사람이 120만 명에 달했다. 파일 공유 서비스 중 카자(Kazaa), 뮤토렌트(μTorrent), 파이러트베이(Pirate Bay) 역시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적어도 일부 관계자들은 정보가 자유롭게 전송돼야 한다는 이념에 따라 불법복제를 했다. 2003년에 파이러트베이를 설립한 주체는 저작권법에 반대하는 스웨덴 단체 '해적부'(Piratbyran)였다. 3년 후인 2006년에는 스웨덴 해적당(Piratpartiet)이 '커뮤니케이션, 문화, 지식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강령으로 내세우며 창당했고,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유권자 중 7%가 해적당에 투표했다.

다니엘 에크와 마르틴 로렌손은 스포티파이를 설립하던 2006년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두 사람 모두 음악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 당시 23세였던 에크는 스톡홀름 근교 록스베드(Ragsved) 출신 프로그래머였고, 이미 '애드버티고'라는 온라인 광고 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회사를 로렌손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트레이드더블러'에 팔았다.

두 사람의 광고 업계 경력은 스포티파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스포티파이를 사용한다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불법 다운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첫 번째 수단이었고, 불법복제를 용이하게 만든 기술을 빌려오는 것이 두 번째 수단이었다. 에크와 로렌손은 스포티파이 설립 후 몇 달 만에 뮤토렌트를 인수하고, 동시에 뮤토렌트의 설립자인 루드비그 스트리게우스를 선임 개발자로 영입했다.

에크는 속도를 중시했다. 그는 음악을 즉시 재생하거나 즉각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속도를 원했다. 다시 말해 285밀리초(ms) 안에 음악이 시작해야 했다. (에크와 일했던 한 엔지니어가 읽었다는 연구에서는 지연 시간이 이보다 길면 사람이 인지할 수 있다고 했다.) 스포티파이가 이를 가능케한 방법 하나는 이용자가 처음으로 음악을 재생할 때 음원 파일의 일부를 이용자의 컴퓨터로 다운로드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같은 곡을 들으려는 다른 이용자가 토렌트 방식으로 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토렌트에서는 노래 한 곡의 다운로드가 전부 완료되기 전에 재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파일이 분할되었다.

불법 파일 공유와 스포티파이의 공통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하는 음악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도 전에 수천 명의 이용자를 초대하여 이용권을 제공했다. 초기에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곡들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이중 다수는 불법으로 얻은 것이었다.

스포티파이를 익살스럽게 비판한 한 연구서가 지적한 대로, 스포티파이는 "사실상 불법복제 서비스로 시작했다." 스포티파이가 문을 열고 3년이 지나서야 마지막으로 남은 불법복제 음악이 삭제되었고, 이로부터 5년 뒤에는 스포티파이가 토렌트 방식을 버리고 모든 음악을 중앙 서버에서 호스팅하기 시작했다.

음반회사(레이블)들은 무료 서비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무료 계정으로 음악을 들었을 때 저작권료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반회사들은 불법 파일 공유가 그러했듯 스포티파이가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만들까 우려했다. 그 형태가 스트리밍인지, 다운로드인지, CD 구입인지는 무관했다.

냅스터가 출시된 1999년에 240억 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전 세계 음악 시장 매출은 2009년에 160억 달러로 떨어졌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2014년에는 매출이 14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음악 업계는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2021년 매출은 259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는 1999년 매출의 60%에 불과했으나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최고였다). 이중 3분의 2는 스트리밍을 통한 매출이었다.

이렇게 높은 매출이 전부 스포티파이 덕분은 아니었다. 스포티파이는 중국에 진출한 적이 없고,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큐큐 뮤직(QQ音?), 쿠거우(酷狗音?), 쿠워(酷我音?)가 이용자를 5억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텐센트 뮤직의 지분 9%를, 텐센트는 스포티파이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상황이 낙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언론에서는 스트리밍, 특히 스포티파이가 음악 업계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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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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